불씨

소설: 손가락 장애가 있는 백성이 살아 남는 법

by 후드 입은 코끼리

집안에 작은 가마솥이 있었다. 지금은 그 가마솥으로 삼겹살 같은 것을 거꾸로 놓고 구워 먹곤 하지만, 예전에는 부엌에 두지 않고 귀하게 모신 것이 바로 가마솥이었다. 불을 땔 때마다 가마솥의 안녕을 물으며 밥을 짓곤 했는데, 그렇게 해야 복이 달아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몇 대에 걸쳐 식솔이 10명이 넘을 만큼 커졌고, 그 앞에서 부부가 된 사람도 있었다 하니, 복이 넘쳐 아이도 넘쳐났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 중 하나는 박복하게 컸다. 아이는 가마솥밥 대신 새로 나온 쇠솥밥을 먹게 되자 기운이 허약해지고, 무엇보다 동급의 아이들과는 다른 습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손톱을 물어뜯고 손가락을 잡아당겼는데, 그럴 때마다 손가락이 쉽게 휘어졌고 결국 연필 한 자루 쥐는 일도 어려워졌다. 부모는 이를 가마솥을 내팽개친 일 때문이라고 여기며 다시 가마솥을 올렸지만, 이미 아이의 손은 뒤틀린 지 오래였다.


그 이후 아이의 어머니는 매일 숭늉을 만들어 가마솥에 기도를 올렸다. 아이가 글씨를 쓰지는 못하고 장작을 패지는 못하더라도, 그가 자신의 기구한 삶을 알아차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두 다리가 있으니 다리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이라도 좋으니, 그렇게 삶을 꾸려갔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놓치지 않고 드렸다.


아이가 16세가 되던 해, 군포를 매기는 아전이 다가와 아이의 손을 보더니, 군포조차 매길 수준이 아니라며 그를 노비 취급했다. 아이는 분명 백성이었고, 양반의 귀한 자재도 아니었다. 손가락 때문에 세금을 덜 내게 되었고, 농사일도 부모를 도울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의 아버지 생각은 달랐다. 그는 아이의 허리띠에 동앗줄을 매고 마치 후기 시대의 인력거꾼처럼 아이에게 벼를 실어 옮기게 했다. 아이는 발재간이 좋아 해질녘까지 일을 마칠 수 있었고, 가을이면 풍년이 들어 쌀이 넘쳐나도록 벼를 거두어 실어 나를 수 있었다. 아이의 운명은 그렇게 정해진 것이었다.


아이는 성년이 되었다. 그러나 새색시가 시집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재구실을 할 수 없을 거라 판단하여 아이도 낳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혼자 살며 노총각이 되었다. 노총각은 쓸쓸히 슬퍼하며 여인 하나를 낚아채 보쌈해올 방법을 궁리했으나, 친구 하나 없는 탓에 보쌈조차 생각뿐이었다.


그는 발재간이 좋아져 발로 붓을 잡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그림으로 조금의 삯을 받았고, 목청도 좋아 한번 소리를 부르면 시장 사람들이 모여 그의 공연을 즐겼다. 그러다 나이 25세에 장가를 가게 되었다.

그를 좋아하는 한 여인은 그의 손을 보지 않고 오로지 목청과 발재간만 보고 시집을 왔다. 그 재능만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둘은 곧 아이를 갖게 되었고, 새로운 식솔이 생겼다. 그렇게 노총각이었던 그는 아버지가 되었다.


아버지는 오로지 소리를 낼 줄 알았고, 두 다리를 통해 모종을 옮기고 벼를 실어 나르며 생계를 꾸렸다. 아버지가 된 그는 자식에게는 가을마다 쌀밥을 지어 먹이려 애썼다. 그의 손은 불구였지만, 쌀을 거둘 줄 아는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인생은 새옹지마와 같아, 자신의 불구와 단점을 그리 한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대를 떠나고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