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두근거림

수필: 내가 알았던 너무나 달콤한 초콜릿

by 후드 입은 코끼리

5살 때 나는 누군가를 좋아했던 적이 있다. 그때 몰래 선생님이 나를 불렀는데 일부러 정글짐에 들어가서 그 애랑 수다를 떤 적이 있다. 30분이 지나도록 그 애랑 손잡고 계속해서 놀았다. 그냥 뽀뽀도 했던 것만 같다. 그때 좋아하면 다가가야 하는 것을 알았던지라, 그냥 그때 나의 유치원 사랑이 피었음을 알았다.


내가 유치원 등하원이 끝나고 나면 엄마한테 가서 그 아이 이름을 대면서 한글 공부도 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내 아이의 성이 "백"씨가 될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렇게 사랑했던 유치원의 연인이였음을. 내 연인은 정말로 사랑을 많이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 이외에도 짝사랑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내가 그 모든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겨서 그와의 데이트를 은밀하게 즐겼던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백모씨를 우리 집에 초대해서 티파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집에는 당시 베란다 쪽에 티타임을 할 수 있도록 작은 의자 두 개를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유러피안 탁자도 있었다. 그때 그 애랑 수줍게 마셨던 물이 아직도 쿵쾅거리도록 기억난다. 엄마는 그걸 보면서 나를 귀엽게 보지 않았을까?


나는 그 아이랑 7살까지 같은 반을 했다. 그래서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이 가끔씩 강렬하게 떠오른다. 그 아이는 얼굴도 하얗고 연예인 이승기를 닮아 얼굴도 잘생겼다. 심지어 다른 애들보다 얌전해서 내가 이끄는 대로 순수히 따르는 아이였기에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아이의 개구쟁이 웃음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난다. 그 아이는 나에게 사랑을 알려주었고 사랑에 대한 아픔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사랑했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을 일깨워준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서 그냥 나에게 어깨동무를 스스럼없이 해 주고 뽀뽀도 받아주며 서로 웃으면서 좋은 친구로 남았으니 말이다.


고학년 7살이 되었을 때 일이다. 우리는 가장 멋진 옷을 입고 졸업사진을 찍는 날이었다. 그 아이는 양복을 입고 왔고 나는 공주처럼 레이스가 달린 가을 원피스를 입고 갔다. 내가 좋아하던 그를 선생님들도 알았는지 일부러 같이 사진을 찍게 했다. 우리의 추억을 간직하게 해주고 싶었던 건가 보다. 그런데 나는 그때 찍은 사진에서 입술을 뾰로통 내밀면서 부끄러워했다. 그 애가 든든하게 내 편을 들어줄 것만 같은 남편의 지위가 된 것 같아서 그랬다. 마치 나는 그의 아내가 된 줄 알고 이제 점잖게 행동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내 자신을 보며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찍은 사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는 그 아이를 저번에 양재천에서 만났다. 그의 엄마와 함께 말이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엄마들 모임이 있기 때문에 얼굴을 볼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애는 훤칠하게 180이 넘는 키에 여전히 연예인 이승기를 닮아 있었다. 그는 무뚝뚝하게 보였지만 어머니한테는 착한 아들처럼 보였다. 그가 다정하게 엄마랑 걷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그와의 추억은 이제 우리만의 작은 빛이 된 것 같았다. 그 희미한 빛을 찾아야만 보이는 정도 말이다. 그러니 그 아이에게도 내가 좋은 추억으로 남겨져 있으면 좋겠다. 그도 나처럼 서로의 유치원 사랑이었음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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