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서 참으로 좋다. 시리운 눈이 포근하게 쌓이는 역설감에 신나하는 어린아이들과 깜장물로 물들여진 차바퀴 속 눈과 대비된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면서 과육이 한참 익어갈 때 노래하는 메미들이 울창하게 뻗어나갈 때 쯤 땀방울이 흘러내리며 고된 노동으로 복받친 농부들과 직장인들의 지하철 소음. 그것이 서울이고 부산이고 나고야든 동경이든 다 뿌리가 내려져 왔다. 그런 계절 안에 사이사이 봄과 가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설렘과 기쁨과 우울과 고독을 씹으며 1년,365일을 지내본다.
그런 계절감들이 올 때 어느 사람은 알레르기로 인해 싫어하는 계절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모든 특색을 가진 계절에서 느끼는 풍족함과 반가움은 이로 말할 수 없다. 더욱이 신기하고 평화로운 나무들의 변천사는 색색별로 달라지니 얼마나 눈이 풍요롭게 호강하는가. 나는 그런 계절 앞서서 좋아하는 겨울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겨울은 이상하게 따뜻하고 포근하다. 입김이 입에서 뿜어져 나올 때 쯤이면 모든 음식에 온기가 더해져서 맛이 풍족하게 느껴진다. 여름에 즐겼던 콩국수는 저리가라하지만 뜨끈한 국밥이랑 오뎅국물이 맛있게 더해져서 길거리에 호호불며 먹으면 그만큼 얼었던 마음도 절로 녹아든다. 잘 살펴 가소서 하면서 인사해주는 아주머니들의 청량한 아가씨 마음이 나에게 다가와서 온기를 불어준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허기를 채우며 참치뱃살마냥 통통하고 야무지게 살찌어간다.
하지만 음식보다 더 좋은 것이 있으니, 나에게는 그것이 스포츠이다.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설산 스포츠. 스키가 나한테 제격이다. 비교적 나이가 들어서 시작한 놀이지만 그것이 나에게 해방감으로 다가온다. 서울에서 는 보기힘든 가짜눈과 진짜눈이 뒤섞이면서 설산을 매우면 스키 슬로프 사이에서 싱싱 달리는 근육이 살 떨리는 운동이자 과감한 운전실력이 보이는 내 스키대를 보면서... 감상을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설상강산을 내가 내년에서야 또 보겠지. 내년에 기약을 한다면 어느정도 바뀐 모습으로 내가 날 만날까에 대한 기대감과 행복감이 넘치는, 또 말그대로 설렘이 가득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그 날을 위해 12월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본다.
내가 유일무이하게 좋아하는 스포츠는 스키라고 말했지만 사실 수영도 엄청 좋아한다. 더운 나라를 일부로 찾아가서 호텔 수영장에 풍덩 들어갔을 때의 그 상쾌함과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 속 물방울들이 탄산음료에 얼음 떨어뜨린마냥 청량감. 내가 마치 포카리스웨트의 푸른색 인어가 된 기분이 든다. 인어공주의 아리엘이 이렇게 수영을 했을까 싶은 마음도 들어 머리를 풀어해치고 바다수영을 나간 적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나는 행복하게 수영하고 유영하며 태양을 바라볼 때 인생을 돌이켜보게 된다.
태양이 적나라하게 비치도록 아름다울 떄, 내 가장 뜨거운 햇살을 받으면서 느끼는 그 감정이 고스란히 내비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설렘이 다시 한번 나에게 돌아오면서 반성을 하게 된다.
하루의 반성도 일년의 반성도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그 아름다움이 나에게 고요함에서 오는 찰랑거리는 물들과 함께 떠내려간다. 내 걱정과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그 붕 뜨는 순간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좋아하는 계절을 말해보라하면 나는 당연코 일등은 겨울이지만 모든 계절 중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계절이 있을까? 계절의 설렘과 계절의 우울도 모두 맛보면서 걸어가는 재미가 30년이 지나도록 재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