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나는 왜 이리 육식을 즐기는 걸까? 예전에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보고 돼지고기 섭취를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결심은 단 이틀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나는 참... 어쩔 수 없는 포식자인가 보다. 반찬에 고기 한 점 없으면 먹기 싫고, 대체품으로 두부를 먹는다지만... 결국엔 집에 와서 고기를 구워 먹어야 하루가 잘 마무리되는 기분이 든다.
나는 그렇게 매일 고기를 먹는다. 삼겹살이 제일 좋고, 그 지글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웃음이 절로 난다. 고기를 굽는 걸 싫어하진 않지만, 다들 나에게 집게를 맡기려 하진 않는다. 집게를 쥐는 순간 내가 고기를 다 태워버린다면서... 근데 나는 바싹 익힌 고기가 좋은걸, 그걸 어떡하나. 나는 그게 제일 맛있는데. 타도 맛있고, 레어도 맛있는 고기. 나는 다 좋다.
요즘은 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야채도 같이 챙겨 먹는다. 그 정도면 설레는 것의 일종 아닐까? 나는 불판 앞에 서면 설렌다. 그리고 입에 넣었을 때의 그 즐거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여행지에 가면 이상하게도 그 나라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음식엔 꼭 고기가 들어가 있다. (헤헤, 나만의 생각인가? 이탈리아는 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모든 고기들이 다르게 조리되고, 양념도 다르고, 맛 표현도 다양하다는 게 너무 재미있다.
중국에 가면 동파육이, 일본에 가면 우설이 기다리고, 이탈리아는 티본 스테이크, 미국은 햄버거! 결국 다 맛있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걸 먹으러 돌아다녀야겠다는 일념이 이제 생긴다.
그래서 사실... 회사에서 도토리묵 같은 반찬이 나오는 급식을 먹을 땐, 아쉬워하면서 먹는다. 좋기는 한데... 괜찮기는 한데 그저 행복하지 않으니까 배가 고파지지도 않는다. 그냥 허기를 삼키며 앉아 있다 보니 요즘 살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나름 이득이다. 행복하게 두유로 한 끼를 때우고, 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기다려야겠다.
요즘 내가 설레는 걸 이렇게 풀어놓고 보니, 참 인간은 단순한 생물이라는 걸 또 느끼게 된다. 고기만 먹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니, 삶에 색이 입혀지는 것 같다. 오늘은 저녁을 못 먹어서 아쉽지만, 내일은 또 어떤 메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번외편: 나는 지금 피부 질환을 앓고 있어서 많이 먹으면 안 되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까 적당히 먹고 있다. 너무 과식하지 않고 조심히 먹고 있으니 걱정 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