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어린 나이 때는 자신의 하늘은 오로지 부모님밖에 없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는 부모가 뿌린 시만큼 자란다. 아닐 때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는 사랑을 받아먹으면 아이가 사랑스럽게 크기 마련이다. 아이에게 사랑이 아닌 학대와 욕설로 컸다면 아이가 온전히 성인이 되기 어렵다.
보윤이는 그런 친구였다. 툭하면 자신은 벽장 속에 숨어야 하는 아이였다. 엄마와 아빠의 다툼이 계속해서 커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지는 것이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자기가 앉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보윤이는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몰랐다. 그저 매일매일 밥 먹다가 보면 상이 엎어진 채 자신은 난장판 속에서 살고 있었고 가끔은 이웃집이 물어서 사건이 해결되곤 했다.
보윤이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성인까지 갈 줄 상상도 못 했다. 이건 백 프로 부모님의 잘못이다. 아이가 상처만 받고 자라서인지 부모님의 어루어만짐이 어색했다. 가끔 성적을 잘 받아오는 날 외식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보윤이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예전 칼국수 집에서 밥 먹다가 고함이 오고 가곤 했었다. 그다음부터는 가족모임도 나가지 않았다. 친구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소개할 때 보윤은 역시 소개하고 싶었는데 창피함이 더더욱 컸다.
보윤은 아버지가 미웠다. 자신이 어릴 적부터 그렇게 상처를 받고 맞고 자랐는데 미안하다는 한 마디 없었다. 그저 어색해한 표정을 지으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진정한 사과받지도 못한 채 말이다. 보윤은 그런 아버지가 싫고도 혐오했다. 자신은 그런 남자를 만날까 봐 두려웠다. 남자들의 힘찬 구호도 가끔 놀라는 대상이 되었다.
보윤은 그렇게 사랑을 받지 못했다. 어느 날 보윤은 남자를 만났다. 그는 꽤나 상냥해 보였는데 가끔 그에게 비치는 아버지의 모습 때문에 더 이상 만나기 어려웠다. 아버지는 순대국밥을 먹을 때마다 기침을 해댔는데 이 남자도 그랬다. 그런 모습이 보윤에게는 또다시 시작되는 트라우마로 작용해서 몇 번 만나다가 결국에는 다시 만나지 않았다.
자신의 있어야 할 곳은 장롱 속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궁이 아니라 장롱 속 말이다. 자기가 생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자기가 기어들어가서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과정을 모두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장롱이 편하다. 근데 이젠 산만한 몸집이 되어서 장롱 속에 들어가 있기 어렵다. 이젠 모든 광경을 다 봐야만 했고 자신이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할 때가 왔다.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태권도가 꽤나 느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남들보다 실제로는 속도가 더뎠다. 자신이 빠르게 습득하고 나면 호신술이 되어서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거나 큰소리치는 사람에게 태권도로 제압하고 싶었던 내재된 자기 보호장치였다. 그런데 그것이 언제나 꿈속에서만 시행될 뿐, 현실에서는 그런 화려한 스킬을 응사하지 못했다.
보윤은 그런 자신이 너무 싫어졌다. 부모님 탓만 하고 살기에는 싫었다. 주체적으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행동 하나하나 영향을 받아 아버지를 닮은 글 쓰는 능력, 아버지를 닮아 독서하기를 좋아하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자신의 유전자가 너무나 미워서 갈겨버리고 싶었다. 죽음이 와야 그 끝이 나는 것 아닐까 싶었다.
대학교를 들어갔을 때 자신은 새로운 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발목 잡는 아버지가 과제하는 도중에 가해를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말을 듣고 있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로 인해서 이어진 체벌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이런 기괴한 모습을 당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남성이었더라면 제압이라도 했을 텐데. 자신이 배운 태권도가 당차게 이루어졌다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생각을 하면서 맞았다.
계속해서 되는 폭력에 지쳐가던 쯤이었다. 사람들도 한두 번씩 보윤이의 볼을 볼 때마다 놀랬다 부풀어 오른 푸른색의 멍들이 온몸을 뒤덮었다. 그런데도 그 집에 나올 힘이 없었다. 계속해서 빌붙어서 돈을 받아먹어야 했다. 보윤은 자신이 벌어온 아르바이트 돈으로 보증금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나가려면 몇 년이 더 걸릴 것을 알았다. 보윤은 그때 느꼈다. 자신은 장롱 속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장롱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 차라리 자신을 혐오할 바에 장롱 속에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거나 숨어서 잊고 싶다. 자랑스럽지 않은 가정환경에 태어났지만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보윤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