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공작새 한치 그리고 고민

물론 토끼의 고민이지만

by 후드 입은 코끼리

토끼 공작새 그리고 한치 3마리의 동물은 친했다. 어떻게 친해졌냐 하면 그들은 같은 대학을 나왔다. 당시에는 대학이 코로나 기간에 겹쳐서 화상수업으로 진행했던지라 실질적으로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줌으로 대화하던 시기가 행복한 시기였다. 그러자 토끼는 제안했다. 우리 한 번 얼굴 보자고. 어디서 만나서 볼까 하고 물어봤다.


그러자 공작새가 말했다.


“오 나는 사실 머나먼 호주의 브리즈번에서 살아. 거기에는 따스한 기후여서 풍부한 먹이가 많거든. 그리고 나는 어머니가 여기서 정착하자고 작년부터 말해서 여기로 오게 되었어. ”


한치는 말했다.


“어? 나는 사실 3월에서 5월 사이에서 동해 근처에서 수영을 할 뿐, 나는 사는 곳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 가끔 나는 추운 지역을 피해서 살아야 한다는 점이 짜증이 나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낭만적인 삶을 살고 있어.”


그러자 토끼는 문득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았다.


‘어 나는…… 그저 서울동물원에서 갇혀 살고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자신과 똑같이 닮은 새끼들을 낳으면서 살았는데……. 다른 친구들은 이렇게 다양하게 사는구나.’


라고


토끼는 그러자 고민이 생겼다. 자신은 이런 삶이 너무 지지부진해 보였고 재미없어 보였다. 토끼는 자신의 삶이 이렇게 자식만 낳고 그저 사람들에게 이쁨 받아서 할 짓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나먼 태평양도 건너보고 미국에 있는 떨어진 핫도그도 먹어보고 생쥐도 만나보면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도시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그래서 가장인 토끼는 자신의 아내인 토순이에게 물었다.


“여보 나는 이번에 한치랑 공작새를 만나려고 하는데 다들 머나먼 곳에서 살더라고. 한 번 자리를 만들어보기로 해서 우리는 이번에 플로리다의 해변에서 만나기로 했어. 가봐도 될까?”


그러자 토순이는 일그러진 얼굴로 자신이 먹다 남은 풀조각을 목구멍에서부터 카악 뱉으며 말했다.


“미이이이이국? 허? 어이가 없네. 당신은 당신 생각만 해? 우리 얘들은? 나는? 나는 아주 얘들은 혼자 돌보라는 소리네. 당신은 아주 멋진 세상 여행하는 동안에 말이야. 누구는 미국 안 가고 싶을까? 나도 가고 싶어. 근데 당신. 당신 생활 봐. 당신은 여기 있어야 유지가 되는 시스템이야. 당신 자리 다른 토끼 가족도 오고 싶어 한다고. 근데 당신은 그 토끼자리를 남한테 기꺼이 내주겠다고? 그러면 얼어붙는 한겨울에 우리는 토끼굴에서 동면하면서 굶주려야 한다고! 그래도 되는 거 맞아? 맞냐고?!”



토순이는 아주 랩을 쳤다. 토끼는 토순이의 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없어서 기가 죽었다. 자신은 솔직히 한 번도 나가지도 못하고 이 서울동물원에서만 살았는데, 한 번쯤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영화 <쥬토피아>에 나오는 주디는 그렇게 하던데 …… 역시 영화는 영화인 건가? 싶었다.


며칠 뒤 줌으로 한치와 공작새와 토끼는 만났다. 한치는 자신이 여태껏 만난 바이어 중에서 가장 사나웠던 상어 이야기를 해주었고 공작새는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기린도 자신에게 번호를 달라고 조른 적이 있다면서 서로의 자랑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토끼는 기가 죽어있었다. 자신은 어떤 자랑을 해야 할지 몰랐었다. 자신은 그저 이 상황이 화가 나고 우울 해져만 갔고. 곧 있어,


“얘들아 미안, 내가 오늘 아이들이 생떼를 부려서 내가 육아를 해야 해. 허허. 다음에 연락하자”


그리고 컴퓨터를 탁 껐다. 정말 토끼는 눈물이 주르륵 났다. 자신은 그들의 화려하고 멋진 삶에 동참하지 못하는 나이인 데다가 아이까지 달려서 이젠 정말 묶여있는 삶 말고는 없겠다고 생각이 든 것이다.


토끼는 그래서 자신의 토끼굴을 계속 파고 팠다. 겨울의 동면시기에 보통 서울동물원은 따스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데도 토끼는 안간힘을 쓰고 토끼굴을 파고 팠다. 배가 고프면 사육사가 주는 당근과 양배추를 입에 다한 껏 물고 토끼굴을 팠다.


그렇게 토순이는 어이없어했지만 말릴 수 없는 남편의 행동에 지쳐 아이들을 키우고 각자의 삶에 집중하게 되었다. 토끼는 이제 토끼굴에 들어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나가야 하는지 아니면 있어야 하는지 그것이 문제로다


그렇게 토끼는 자신의 고민을 진지하게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려도 보고 매일 명상도 하고 심지어 일요일마다 교회를 다니면서 성가대에도 참여했다. (토끼는 귀여운지라 성가대에서도 인기폭발이었는데 자신만 그 사실을 몰랐다.) 성가대를 하면서 토끼는 현실에 안정화되는 동시에 불안감이 계속 엄습해 왔다.


토끼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