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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Oct 15. 2024

커피중독자의 낮잠투성이

왜 마셔도 마셔도 졸린지 모르겠다

사람은 커피를 아침에 마신다. 마시면 잠에서 깨어나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마음에서부터 커피를 한 잔 쭉 들이켜 마신다. 쓰지만 달콤한 커피는 집에 있는 고가의 드롱기에서 추출한 커피이다. 그 커피의 맛은 익숙해지면 밖에서 사 먹는 커피가 가장 맛있게 느껴진다. (드롱기를 까려는 내용은 아니다. 웬만하면 밖의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은 커피가 맛있다는 것이다.) 나도 드롱기 커피를 마시면서 일어나게 되면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미칠듯한 복통에서 울리는 허기짐. 그 허기짐으로 어떻게든 8시에 일어나서 손가락 발가락을 가시가시 뻗어 내친다. 그렇게 침대에서 나온다.


커피는 미리 추출해서 그런지 차게 식었다. 그래도 카페인이 듬뿍 들어있는지라 나는 커피를 마시고 정신만 차린다. 내 본능적으로 음식을 입에다가 넣는 순서를 기다린다. 그것이 옳게 느낀다. 엄마자리가 있는 복 있는 자로서,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아침을 기다리면서 심부름을 한다. 빵을 굽기도 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한 곳에 모으는 일을 한다. 그러면서 초콜릿부터 아침에 우구적 한 입 씹어 먹는다. 달콤함이 입 안에 돌면서 활기도 돈다. 내가 좋아하는 린도르 초콜릿은 그렇게 사라지고 있다. 공항에서만 살 수 있는 초콜릿이라 아껴서 먹는다. 언제 갈지 모르는 공항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아까운 초콜릿을 아침에 알알이 세면서 먹었다. 이건 다크 초코, 이건 화이트 초코에 박혀 있는 다크초콜릿, 이건 평범한 초코볼. 세 알을 먹었다. 너무나 달콤해서 정신이 맑아졌다. 그러다 보니 아침의 절반이 날아갔다. 엄마는 나에게 냉동만두를 해주셨다. 냉동만두라고 부르기엔 어색하지만 마켓 컬리에서 사 온 쇼마이 냉동만두였다. 오랫동안 푹 쪄서 먹었는데도 속은 차가웠다. 그래서 전자레인지에 한 번 더 돌리자고 말했다. 1분 30초 뒤에 나는 시식했다. 아까보다는 부드러워졌지만 아직 차가운 냉장고 기운이 있긴 있었다. 나는 그래도 귀찮을까 봐 허겁지겁 냉동만두를 입에 넣었다. 오늘의 다이어트는 여기까지 먹는 걸로 해야겠다며 다짐을 했다. 하루에 1일 1식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충분한 한 끼였다.

 

그렇게 먹고 나니까 식곤증이 발동한다. 얼른 남아있는 커피를 마셔본다. 그래도 눈은 촉촉이 감긴다. 맛있었던 음식은 온데간데없고 머릿속에 글을 작성해야 하는 목표의식도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누우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따뜻한 천국에 오가며 느껴지는 안락감과 함께  죄책감도 같이 군데군데 느껴진다. 나는 그래서 죄책감을 덜고자 들어서 명상음악을 같이 틀어놓고 호흡을 따라 했다. 영어로 된 헤드스페이스 어플은 나에게 연옥이었다. 생각을 멈추게 해 주고 온전히 스트레스를 내려놓게 해주는 마법과 같기 때문이지만 생각보다 죄책감을 아주 없애주지는 않았다.  게다가 나의  수많은 생각들이 펼쳐지는 걸 멈춰주기 때문에  잠에 곧 곤히 들어갈 것 같은 기분도 준다. 정신을 똑바로 차렸더라면 나는 헤드스페이스 이후에 글쓰기를 얼른 시작했을 텐데 오늘은 아니었다. 커피를 마셔도 계속해서 뇌 속에서 빠져 나가는 정신상태. 나의 정신상태를 혼내줄 이가 없어서 나는 문을 잠근다. 혹시 모를 대비를 위해 말이다. 나의 악마들이 들썩이면서 일어나라고 흔들을 수도 있고 혹여나 나의 게으름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ㄷ. 그리고 이불속으로 기여 들어간다. 이불은 두 가지가 있다. 솜이불과 양털로 짠 분홍색 이불이다. 둘이 돌돌 말아서 다리 사이와 팔에 꼽는다면 나는 다시 잘 준비가 된다.


이렇게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자고 일어나면 개운해서 글이 더 잘 써진다. 나의 글은 값어치가 있지 않지만 아직은 잠재의식은 있는 상태다. 잠에서 깨어난 글들이 펼쳐지기 시작하면 끊임없는 문장이어지기로 펄럭거린다. 그러나 그 글들이 펄럭거리지 이전에 나의 밝은 아침잠에 대한 사투에서  지는 법이 맛있는 법이다. 그래서 일요일에 늦장을 부리는 여유가 사람들에게 가장 값진 것 아닐까 싶다. 글의 나열을 오로지 낮잠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글쟁이라는 점에서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작가의 숙명에 따라 글을 고찰할 능력을 개선하고자 늦장을 조금씩 덜 부리기로 오늘부로 약속했다. 벌컥벌컥 마시는 커피와 함께 따스한 차 한 잔도 같이 마셔보기로 했다. 그리고 엄마와의 아침 대화도 잊어서는 안 될 듯싶다. 거기서 나오는 소재들이 무궁무진하니까 말이다. 글들은 춤추는 벌레들과 같다. 그 벌레들을 하나하나 잡아다가 살펴보면 살갖은 징그러워보여도 어떨 때는 아름답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런 글들을 써내려가고 싶다. 나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고 같은 창문에 그려져 있는 바깥세상을 보더라도 글이 다르게 나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오늘도 나는 글쟁이가 되어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써야겠다. 사랑하는 글들아 내가 더 이상 늦장 부리지 않을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오늘도 커피를 주르륵 더 마셔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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