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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4시간전

너의 전화를 받기 위해 나는 집에서 계속해서 기다렸어

수필: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 

여름 8월의 촘촘히 더운 열기가 무르익을 즈음,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으니, 그것은 첫사랑이 아닐까 싶다. 어릴 적 그 간절했던 마음은 열망보다 간절했고, 간지러운 나머지 발가락마저 꼬이게 되었다. 그냥 그렇게 첫사랑을 잊고 싶지도 않았으며, 나의 흐름은 오로지 "그"에게로만 더듬이가 세워졌다. 그렇게 청춘이 지나갔고 우정도 지나갔다. 우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그에 대한 선택 또한 나에게 주어졌을 때, 나에게 바라봐주지 않는 상대임에도 나는 언제나 그를 선택하고 있었다.


테일러의 "August"를 들으면 "너의 전화를 받기 위해 모든 약속을 취소한 적이 있어"라는 대목이 계속 반복된다. 그렇게 어린 아이의 짝사랑은 너무나도 가혹하고 아프지만, 풋풋하기만 하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의 연락을 기다리며 보내는 영원한 시간. 그 짧은 5초의 전화도 계속 회로에 남기게 되고, 결국에는 다시 사랑에 빠지고 만다.


사랑은 그렇게 사춘기 때 시작하는 것 같다. 남몰래 누군가를 좋아하다가 사모하고, 결국에는 나는 <춘향전>에 나오는 춘향이 이몽룡을 애타게 기다리듯이 창문 밖을 내려다보곤 한다. 그런 식으로 사랑하게 되면, 행동으로 움직여지지도 않고 숨도 쉬어지지 않다가 결국에는 바람이 쌀쌀하게 불 때인 9월에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게 된다.


나는 그 열병을 언제 앓았을까? 사실 오랫동안 앓아서 아직도 기억나는 이름 석 자가 입안에서 가글하듯 울린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아이는 내 짝사랑을 싫어했을 것만 같았다. 너에 대한 집착이 엄청났고, 그 아이의 눈을 보기 위해 몸을 던져 넘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한 번이라도 손을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에 넘어졌지만, 결국 그는 내 손조차 잡지 않고 휙 지나가면서 나는 여주인공이 되기는 망했음을 직감했다.


그런데 그 열병이 아직도 남아 있냐고 물으면, 사실 가슴 한편에는 시큰거리는 것이 있다. 그 시큰거리는 마음은 내 청소년기에 대한 추억이자 유년을 기억하고자 하는 나의 삶의 일부이다. 그 아이는 교복을 헐레벌떡 입고 나서 나갔고, 머리는 정돈되지 않았지만 왁자지껄하고 소녀미가 있었기에 사랑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랑은 계속 어긋나고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 체육복과 교과서였다. 일부러 몇 번 찾아가 빌리려 했는데, 절대로 나에게 교과서도 빌려주지 않았고 아는 여자아이의 체육복을 연결해주지도 않았다. 나는 그런 그가 너무나 미우면서도 좋았다.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마음은 시렸지만 쿵쾅거렸으니 말이다. 그런 사랑은 이제 나비가 되어 날아갔고,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그 감정의 끈을 놓은 지 오래고 이제는 사랑을 가르쳐준 이가 있으니, 나는 더더욱 안정적으로 사랑에 빠졌다. 그러니 나는 더 이상 약속을 다 끊고 전화를 기다릴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ㅎㅎ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결국 이어지게 마련이다. 자신의 사랑을 믿으며 희망을 찾아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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