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신호가 왔어요

꼼꼼히 살필 게......

by 박점복


딸아이가 몰던 차가 출발을 거부했다. 연식(年式)도 꽤 되었는 데다가, 중고차로 만났었으니, 다가 요즘은 방학(?) 아니던가? 녀석도 '옳다구나' 싶었는지 좀 쉬겠다는 계산이었을까?


나들이도 자주 못해 여느 때 보다 주차장에 가좌 틀고 자리보전 한 시간이 길었던 게 원인이었던 듯싶기도 하고. 거기다 코로나 시국까지 한 몫했으니. (코로나가 차까지 어쩌기야 했까만)

모처럼 외출 한 번 해볼까 녀석의 도움을 요청해 봤다. 더불어 답답함도 풀어주고, 또 풀어 게 하려고 "자! 늘은 바깥 산책 한 번 자!" 의향을 물었다.


헌데 녀석의 반응은 '시큰둥' 도무지 나가려 하질 않고 '날 잡아 잡수!'이니 놀랄 수밖에. 바깥 공기라면 그리도 사족을 못 쓰던 녀석이었으니 어찌 그러지 않았을까.


에너지원(源)인 소위 배터리가 거의 수명을 다했단다. 신호를 보낸 것이다. 용을 쓰며 복구전력투구에도 나이 들어 제대로 힘을 낼 수 없을 만큼 늙었다니 안타깝다.

"찌르륵, 찌르륵 푸~우......" "브르릉" 시동이 걸려본 게 마치 아주 오래전 일이라도 되는 양.

'나이야 가라'며 얼마든지 노익장 발휘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 건강한 21세기데....... 최첨단 의료 시스템의 활약상을 보면 모를까 웬만한 질병 따윈 척척 치료하는 눈부신 세상 아닌가?


물론 주인공으로 주름잡던 무대를 계속 "내 꺼야"라며 움켜만 쥐고 있을 순 없다. 다음 세대에게 아낌없이 넘겨주며 아름답게 퇴장하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또 그렇지 못하기도 한 대단함을 '뿜 뿜!'거릴 세월을 맞은 것이다.


이런 증세가 나타난 게 처음은 아니란다. 언젠가 자칫 굉장히 심각한 상황도 닥칠 수 있다는 카센터 주치의 처방에 새로운 에너지 원(源)으로 이식 수술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나마 이렇게 교체라도 해서 다시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하던지...... 만일 주치의가 설레 살레 고개 가로 저으며 더 이상의 치료가 의미 없음을 무겁게 통보라도 했다면 어땠을지. 가슴이 다 철렁 내려앉았다.


딸과 함께 아니 우리 식구들과 같이 이 땅에서 소중한 몫을 마감할 때까지 녀석의 도움 감사하게 받고 말고 임을 새삼 깨달았다면 너무 비약일까? 툴툴거리지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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