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하루 동안, 아니 엄밀히 말하면 불과 몇 분 사이에도 사람 기분은 얼마든지 쑥 하니 오르며 비행기를 탔다가도 순간 추락해 버리는 up&down을 '동시에 그것도 여러 번'을 겪게 되나 보다.
운동 삼아 그리 빠르지 않게 설렁설렁 걷다 보니 어느새 횡단보도 앞이다. 건너라며 신호가 바로 녹색으로 바뀐다.
'어랏! 이게 웬일이지......'
이렇게 고마울 데가. 실은 별로 바빴던 것도 아니었지만, 기다리는 걸 썩 좋아하질 않는 약간은 깐깐한 성격이다 보니.
"와우! 오늘은 뭔가 일이 슬슬 잘 풀리려나"
그깟 신호등 한 번 딱 맞춰 바뀐 걸 가지고 오버하기는......
이 놈의 신호등이라는 게 어디 내 기분 따라 알아서 척척 바뀌는 것도 아니잖던가. 다른 사람들 건너려 할 땐 싹싹하게 잘도 서비스하더니. 내가 좀 건널까 하면 금세 빨간 신호로 안면 몰수, 바쁜 나를 막아 선 게 어디 한 두 번이었어야 말이라도 안 할 텐데 그것도 아니고.
이렇듯 기분 좋게 백화점 문화센터로 들어섰다. 번호표 뽑고 순서를 기다리는 잠깐 사이 비가 왔다가 그쳤다를 반복하던 바깥 날씨 때문에 들고 왔던 우산을 잘 접어 옆에 둔다고 두었던 것이 또 말썽을 부렸다.
"볼일 끝내고 잊지 말고 꼭 챙겨야지....."
여기쯤 썼다는 건 그다음 펼쳐질 내용이 뻔하다는 것 아닌가. 창구 직원과 내가 문화 센터에 들린 용무를 잘 끝냈는데 그 사이 챙겨야 할 우산을 그만 깜빡한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의자 옆에 잊지 않으려고 일부러 잘 세워 둔다고 두었던 걸 말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뽑아 들고는 백화점 문을 나서려는 데 우산이 "왜 날 챙기지 않느냐"며 나를 애타게 부르는 게 아닌가.
"아 맞다!", "내 우산?"
그런데 '가만히 있어라. 우산을 어디 놓고 내가 빈 손이지?' 아까 화장실 볼 일 보며 그 옆에 세워 두었던가...... 아님 문화 센터 창구 앞이었나? 아니구나! 커피 주문하면서 거기에 두고 왔나 보다. 순간 헷갈리며 다시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되짚어가며......
"아 맞네!" "문화 센터 창구로구나"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바로 엘리베이터로 7층을 향했다. '거기 잘 있어야 할 텐데' 다행히도 우산은, 얼마나 반갑던지, 얌전히 기대 서 있는 녀석도 날 반기는 듯했다.자기 합리화의 대가(大家) 답잖은가.
아까 신호가 내 앞에서 날 위해 바로 바뀌었다며 유난 떨며 '오늘 운세 썩 괜찮은 데!' 였었는 데 바로 우산을 잃어버릴 뻔 한 불운(?)이 불과 몇 분 차로 내게 덤벼들었으니.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네 긴 인생사엔 도대체 이런 행운과 불행이 얼마나 서로 교차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할까? 수없이 닥쳐 올 언덕과 계곡들을 지혜롭게 조정하며 동반자처럼 함께 먼 길 갈 수 있긴 할는지.
맛난 음식의 진수성찬도 하루 이틀이지 얼마쯤 지나면 입에 단내가 날 수밖에. 끼니 걱정으로 생선 한 마리 새끼줄로 묶어 걸어 둔 채 한 숟가락 뜨고는 천정 한 번 쳐다보는 힘든 식탁도 언젠가 이겨낼 그날 소망하며 힘을 얻지 않던가 말이다.
하늘이 조정하는, 내 힘의 영역을 벗어난 부분까지야 도리 없을 테지만, 내 노력의 역량이 미치는 한 최선을 다하며 일희일비하지는 않아야 하리라. 금세 '헤헤'거렸다가 돌변 죽을 것처럼 꺼이꺼이 울고 불고 난리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