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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backpack?

겉은 세련 깔끔, 속은?

by 박점복


"책가방'이라 부르기엔 왠지 어색한 요즘 아이들의 스포츠용, 소풍용 가방 같은, 액세서리 같은 백팩(backpack)을 보고 있노라면, 십 수년 전 학창 시절 투박했던 "책가방"이, 주인께 말없이 봉사하던 순전함이 눈에 선하다. 책과 공책 그리고 점심시간 우리들을 한없이 즐겁게 해 주던 도시락이 빵빵하고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최첨단 패션 운동화와 구두, 남의 눈에 톡톡 띄는 양말과 머리핀, 이런 것들과 잘 어울리는 세련된 그러나 만만찮은 가격의 가방 속엔 과연 어떤 것들이 들어 있을까? 그 속의 내용물도 번드르르한 겉모습만큼 현대화(?) 되어 있을까? 그 옛날 책가방이 겉모양이야 촌스럽기 그지없기에 꼬리를 빼지만 내용물만큼은 지금의 가방 못지않았는데.....

아날로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뜻은 물론 아니며 저마다의 개성이 부러운 것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몇몇 아이들의 책가방이랄 수 없는 가방 속엔 세대 차 때문일까 이해가 쉽지 않은 이상한 물건들이 책과 공책을 대신하고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요즘 몇 학생들의 가방 속엔 화장품, 숱하게 주고받은 연애편지, 교문을 나서자마자 갈아입을 희한한 옷, 오락기, 온갖 종류의 간식, 불량 서적들이 어느새 주연 자리를 책과 공책으로부터 빼앗아 버린 지 한참이나 지났다.


대신 교실의 책상 속이 그리고 준비물과 기타 사물들을 보관할 수 있도록 배려한 사물함이 예전 책가방의 안 주인인 책과 공책들이 틀어 박혀 바깥나들이를 애타게 기다리며 간택만 바라는 신세 한탄의 대기소가 되어 버렸다.


세련된 것, 예쁘고 멋진 것을 누가 싫어하겠는가? 저들의 자유분방하며 활기찬 모습이 마냥 부러우면서도 동시에 그 옛날 세련되고 독특한 모습과는 한 참 거리가 멀었던 책가방, 그 속에서 당당했던 책과 공책 그리고 도시락이 생각남은 어쩐 일일까? 요즘 우리 아이들의 가방 속에도 못지않게 알찬 것으로 가득 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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