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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그 약속 잊었어?

"아! 정말 수준 떨어진다고"

by 박점복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 가는 아이들을 3학년이 되어서야 만났으니 2년 여 동안의 변화된 모습이 어떠했겠는가? 그래도 내겐 중 1학년 시절의 풋풋하고 순진한 모습으로만 남아있는 아이들이었는데..... 어쨌든 시험 감독을 하면서 저들의 진지한 수험 태도와 함께 엄청나게 달라진, 놀랄만한 변화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질풍과 노도처럼 변화무쌍한 청소년 시기 늠름해지고 아름다워진 저들 모습에, 자연의 놀랄만한 섭리에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이상스레 마음 한 구석은 허전하고 씁쓸했다.


천진난만하며 순수했던 저들의 1학년 시절, 선배들의 규칙 위반과 약속을 무시하던 모습과 행동들, 자신들만큼은 3학년이 되어서도 절대 그러지 않을 테니 안심하시라며 비판했던 저들이 그 위반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율배반과 아이러니의 현장이라니.


규칙과 약속을 잘 지키면 괜스레 어쭙잖은 학생, 촌스러운 학생으로 수군거리며, 위반하지 않고는 직성이 안 풀린다는 듯 변해 가는 안타까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 규정의 현실성 여부와 옳고 그름에 이론의 여지가 없진 않으나 정해진 규정은 지켜져야 할 텐 데......

유럽 학생들과 우리 아이들의 교복-치마

물론 개성도 중시되어야 하고 심미안도 길러 주어야겠지만, 이것이 곧 TV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의, 이해가 쉽지 않은 머리 모양을 따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교복 치마가 교묘히 개조되어 미니스커트로 이름도 희한한 이상한 형태의 치마로 둔갑되는 것은 정녕 아니리라. 이미 일상화돼 버린 지 한참 되었지만.


아름다운 공동체 삶은 약속을 지킴으로 비로소 형성된다. 지켜지지 않는 약속과 규칙은 쓰레기에 불과할 뿐이고. 규칙을 지키면 왠지 촌스럽고 못나 보이며 위반해야만 대단한 양 우쭐해하며 군중 속에 소속감을 느끼는 불안한 아이들, 이런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즈음 세상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공중도덕을, 질서를 지키면 쪼잔한(?) 것 같고 교묘히 안 지켜야 약삭빠르고 요령 있는 듯, 세련된 듯 느끼며 살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누가 뭐라든 남들이야 어쩌든 말없이 규칙을 지켜내는 학생이 천연기념물처럼 희귀한 현실에 가슴 아팠으나 그래도 희망은 버릴 수 없었다.


한참 멋 부리며 반항하고 싶어 하는 저들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멋 좀 부려 보겠다는 데 속 좁게 그걸 못 본 체 넘겨주지 않는다고 야속해한다면 전혀 규칙과 약속은 지켜질 수 없는 것이다. 다 나름대로의 이유와 변명은 있다. 그러나 아닌 건 아니어야 한다.


예외는 또 다른 예외를 낳을 수밖에 없다. 법이 전혀 필요 없는 말 없는 소수가 세상을 살 맛나게 하듯, 학교라는 사회 역시 소수의 남은 자들에 의해 정화되어 가기에 희망은 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들이 대접받는 학교로, 건전한 사회, 국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되고 관리되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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