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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개울과 낮은 언덕의 이중주
빠끔히 열린 틈새
그냥 '풀'
by
박점복
May 18. 2022
'사각사각'
기척
,
저리
도
반가울까
이쪽은 녹색으로
,
저리로는 내음으로
기웃, 갸웃 난리도 아니고.
겨우 한 세월 비척이
게
빠끔히 열린
틈
새
놓칠 새라 기어
이 차곡차곡 인사를 한다.
얼마 전 삐죽이
내
밀
더니만
경쟁하듯 하늘 만
난
연녹색 잎새들,
턱 밑까지 차오른
단내 나는 숨소리 싫지 않단다.
오래전 할아버지 빼닮았다 혼잣말이고
애달파한다,
흘
러 흘렀음을.
추억 담아
차곡차곡 그리워하라며,
아버지
의 옛 당부 빼먹지 말고
팔뚝을 보드랍게 간질이며,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란다.
이름도 그냥
'풀'
이라고만.
새 살림 난 키 큰 언니들
울창하게 차려입은
건너편
꽃
들에게
서운찮게
수분(授粉)하
고
.
소상하게 풀어가며 판화처럼 새긴 덕에
하 세월 흘렀어도
인생살이 토막들을 끊임없이
꿰메낸다.
할머니와 함께
딸들이
더
불어
변함없이
맞을 칠, 팔십
그때까지
간질이던
아
련함 결코 놓지 말란다.
아픈 상처 보듬으며
아름답게 아끼면서
.
말끔히 파랑으로 치장한 하늘 우산에
울울창창 짙어 가는 지금을 간직하리라.
숲 속의 녹음방초
그리고 내가
아직은 멀지만
, 아득한 그곳에서
사랑스러운 미래의 미동(微動)
쫑긋 귀 새워, 만나
라
는 당부와
더
불어.
오랫동안 동네 나지막한 산을 오르며 내렸다. 좁게 난 산길 걸으며 만났던 풀들이 당부하며 건넨 속삭임이 여전히 쟁쟁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팔뚝, 나의 이마, 사랑하는 아이들의 종아리를 간질이던 풀들의 이야기가 사립문 틈새를 정겹게 비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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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복
직업
교사
여기도 찔끔 저기도 찔끔 거리는 걸 보면 딱히 잘 하는 게 없다는 의미 이리라. 정처 없이 헤매고는 있지만 그래도 꼭 내가 메꿔야 할 모퉁이는 있고 말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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