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게 아니었어요
버림받았던 겁니다, 이곳 멀리까지.
말이 통했던 순수들이
울고불고 야단도 아니었잖아요.
밤마다 쿵쾅쿵쾅, 그렇게
야금야금 회색으로 갈아엎더니만,
‘사람들도 그랬을까요? 나만큼......’
훨씬 더 그리워했던 건 나였나 보아요.
키 작은 들풀들이 지천인 뜰로 나서서는
신호를 보냈지요
깨끗한 개울가 아우르고
확 트인 그 들녘을 잠깐 들렀다가,
이웃들의 안부까지 챙기고 나서야
시원한 바람 인양 비로소
그들 곁을 기웃거렸구요.
함께 뒹굴던 옛적
훌쩍 자라 버린 큰 개구쟁이에게,
일부러 잡혀서는
쫄랑쫄랑 따라붙던 친구 손에
인계되어요.
떨고 있는 나보다
더 나를 무서워하던 그 아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