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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깨비의 나들이

너무 멀리 보냈나 봐요

by 박점복

떠난 게 아니었어요

버림받았던 겁니다, 이곳 멀리까지.


말이 통했던 순수들이

울고불고 야단도 아니었잖아요.


밤마다 쿵쾅쿵쾅, 그렇게

야금야금 회색으로 갈아엎더니만,


‘사람들도 그랬을까? 나만큼......’

훨씬 더 그리워했던 건 나였나 보아요.


키 작은 들풀들이 지천인 뜰로 나서서는


신호를 보냈지요

깨끗한 개울가 아우르고

확 트인 그 들녘을 잠깐 들렀다가,


이웃들의 안부까지 챙기고 나서야

시원한 바람 인양 비로소

그들 곁을 기웃거렸구요.


함께 뒹굴던 옛적

훌쩍 자라 버린 큰 개구쟁이에게,


일부러 잡혀서는

쫄랑쫄랑 따라붙던 친구 손에

인계되어요.


떨고 있는 나보다

더 나를 무서워하던 그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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