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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 딱히......

학생 자치 기구 구성

by 박점복

기성세대들이 흔히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효과적인 무기,


"애들아! 우리가 너희 만할 적엔 '찍' 소리 못했단다", "나이도 어린것들이!"


눌려 왔었음에도 어느덧 이런 무기를 자랑스레 쓰고 있는 나를 문득문득 발견한다. 어쨌든 어른들이 옛날을 회상하며


"세상 너무 편하니 별걸 다 해달라고 난리들이구먼!"


혀 끌끌 차시며, "오냐! 오냐!" 해주니 이젠 할아버지 수염까지.


학교도 이 같은 현실에서 예외는 아니다. 개선된 것이 전혀 없다는 뜻은 물론 아니지만, 여전히 "어린 학생들이 뭘 안다고?"이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두신 부모들이 학교를 다니던 오래 전만 해도 지금처럼 학생회를 자신들 손으로 직접 선출 구성하는 그나마 민주적인 절차조차 없었는 데 그때에 비한다면야 기성세대들의 주장처럼 나아진 건 사실이다.


명목은 자치기구였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의 일방적 임명이거나 대표성을 띄지 못하는 학생들에 의한 간접선거 방식의 구성 운영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민주화된 세상, 2022년을 사는 우리 학생들의 상황은 어떤가? 막연하고 단순하게


"그때보다는 많이 나아졌겠지, 뭐?"


라든가 "어린애들인데 학교에서 시키는 데로만 하면 되지 무슨 놈의 자치기구야 자치기구긴!" 이라며 대충 넘어갈 일만도 아니다. 비교조차 불가능할 것 같은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별반 달라진 것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 진학에 학생회 활동이 내신 점수에 반영된다고 하니 그놈의 점수 때문에 고등학교에서는 그나마 나서려는 학생이 좀 있는 가 보지만, 실상은 거의 출마자가 없다 해야 옳을 것이다. 부모의 성화에 떠밀려 초등학교에서는 간혹 어른들의 못된 습성이 재현될 만큼 과열되기도 한다지만 말이다.


영어, 수학 등의 학과 공부만 공부이지 이처럼 소중한 경험은 공부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이 버티고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 훈련이 충분치 못한 결과는 성인들의 정치 현실에 여과 없이 반영되고 있는 게 참 신기하다.


어쨌든 학생회는 조직되어야 하기에 담임 선생님의 권유(?)에 자의 반 타의 반 선거에 입후보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끝나는 건 또 아니다. 내세울 공약이 없는 것이다. 아니 내세울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닌 것이다.


이미 다 정해진 규정을, 교사의 지시만을 잘 따르면 그만인 것이다. 소위 자치 기구라는 학생회에 부여된 자치 행위는 거의 없다.


민주주의의 꽃이랄 수 있는 선거 훈련받은 것 정도로 감지덕지해야 할 뿐이다.


그런 기회마저 아예 없는 것보다야 낫지 않느냐면 딱히 할 말은 없다.


현실적으로도 공부 외에 다른 활동을 실천할 시간적 여유가 저들에겐 없다. 단지 교사가 내려주는 의제에 대한 형식적인 통과 절차를 수행하면 그뿐이다. 물론 아직은 배우는 학생들이기에 무한정한 자율과 자치를 실시하기 쉽지 않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자율권과 자치권도 행사 못하는 허울뿐인 학생 자치기구가 '어쩔 수 없지 않으냐'며 정당화되어서도 안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떤 자율을 어느 정도 한도 내에서 허용할 것인가가 심도 있게 공개적으로 논의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학생들이 주축이 된 행사, 체육대회 축제에 프로그램 편성 및 기획 또는 적지만 자율적인 예산 편성권 역시 부여되어 저들의 자율 능력을 키워낼 기회는 반드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주요 당사자인 학생들도 포함된 회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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