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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선 수양버들이 우아하게 춤을 추었죠

미안해! 너희만 여전하길 바라니.....

by 박점복

살구꽃, 아기 진달래 그리고 복숭아꽃! 너끈했던 꽃 이름 그 세월이 언제였까..... 련이 뭔 줄 몰도 흐드러지게 잘만 피던 우리 꽃 여전한 그 속에서 놀던 친구들!

여기가 어딘지, 도무지 몇 년이나 흘렀는지 잊은 게 틀림없다. "야! 게 있잖냐, 상준이! 코 찔찔이 말이다. 좀 촌스러웠냐? 너도 자식아! 세월 못 이기는 가 본데"

서로 '!, !' 부르며 아득히 멀어져 간 세월 소환 중이다. 주변 아랑곳하지 않고. 60은 웬만큼 넘으셨을 어르신(?)들께서. 삐져나오는 아쉬움 연신 틀어막는다.

혀를 어렵사리 꼬부려야 나오는 낯선 발음, 전부 영어인 줄 알지만 실은 그렇지만도 않은 서양 이름의 요즘 꽃들이 아니어도 족한 것 나 없었다. 졸졸졸 흐르는 개천 한 욕심이 뭔지도 모르고. 만 가만 두기만 바을 뿐.

날 몰라보면 어쩌? 아님 내가 몰라 볼만큼 촌티(?) 벗었다며 우쭐댈까도 두렵고. 뒷동산 나지막한 언덕배기 그나마 그대로였으니 정이지.

한시도 잊은 적 없, 수양버들 넘실대는 동네가 삭 늙어버린 (인정하긴 죽어도 싫어 사정없이 고개를 가로 저어 보지만) 날 못 알아보기 전, 야트막했던 개울도 기다리다 지쳐 눈물마저 바싹 마른 훌쩍 커버린 진달래도. 서둘러 찾아가 만나야 한다.

비록 쪼그라들었어도 그때 그곳만큼은 여전하길 바라는 못난 이기심 잔뜩 품고서. 바리바리 미련까지 몽땅 들고 떠난다는 고향의 기별을, 나의 향수를 질기디 질긴 끈으로 얼른 묶어 다시 얽히고설켜야 하리라.



쓰고 또 써도, 여전히 그 게 그것 같지만, 변할 줄 모르는 영원한 주제 '고향'이 또 내 등을 떠민다. 부끄러움을 감수하란다. 다른 버전(version)이라며.



그림,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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