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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신통방통하네요, 브런치

30년 세월을 단 번에......

by 박점복

사랑하며 그리워하는 데도 의식 저 너머에 숨바꼭질하듯 숨어서는 이따금씩만 방긋하며 인사를 한다, 그리움은. 딱히 나서길 좋아하지 않는 줄 알기에 도리 없이 기다려 줄 뿐이다.


그렇게 마음 한 귀퉁이에 빚 인양 남아 여전히 떠나지 않겠다는 교직생활, 아이들과의 만남은 현직에 있을 때나 교단을 떠나 한 발짝 떨어져 아련하게 바라볼 때나 크게 다르지 않음이 다만 신기하다.


하기사 학교에서 아이들과 뒹굴며 보낸 세월이 내 삶의 전부였는데 어찌 학교가, 사랑하는 아이들이 내 곁을 쉬이 떠날 수 있더란 말인가? 내 마음 어딘가를 널찍이 차지한 채 비키 하지 않음은 어쩌면 당연할 테다.


'박점복'이란 이름, 그렇게 세련되고 도시스러운(?) 느낌은 아니기에 (순전히 개인적 생각일 뿐이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필명을 쓸까도 고민었다. 웬걸 그리 하지 않았더니 이런 멋진 만남도 선물로 받는다. 잘했나 보다.


브런치가 마련해 준 넓디넓은 뜰에서 언젠가는 지인을, 아니 사랑하는 제자들을 혹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은근히 하고 있었 보다. 워낙 뛰어난 청출어람들 속에 파묻혀 살았으니.


그 간절함에 하늘도 가상했을까? 드디어, 마침내 사랑하는 제자로부터의 반갑기 그지없는 뜻밖의 기별이라니. 그것도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신통방통하게. 물론 다른 방식으로도 '선생님과 제자로 만난 게 기쁨이었고 감사하다'는 아이들이 없진 않았으니, 부족했던 내겐 그 자체였다.


안녕하세요. 혹시 90년대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 아니신지요? 맞다면, 선생님 덕분에 영어에 흥미를 갖고 좋아하게 되어 ◇◇대 영문과에 진학했고 현재는 번역가로, 영어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너무 반갑고 감사해요. 선생님♡ 92년도 ○○중 제자 서□□입니다.


이런 보람의 크기를 최대화시켜주는 댓글을 받을 줄이야...... 이게 교사의, 아이들과 함께한 자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니고 무엇일까?


무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만큼 긴 시간의 공백을 브런치가 단번에 이어주면서 감격의 상봉을 허(許)하다니. 내 생애 꼭 기록해 마지않을, 여러 요소들이 기막히게 척척 맞아떨어 몇 안 되는 사건(?) 중 하나였다.


지인들, 선생님들, 잊기 쉽지 않은 분들을 만나게 해 주던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예전 TV 프로그램 못잖은 감격과 보람이었다. 오히려 그때 그 주인공들이 느꼈을 감동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면 지나친 걸까?


비록 두드러진(?) 활약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 브런치 글쓰기로 늘 2% 부족하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내 삶에 찾아오기 쉽지 않을 30년 만의 감격적 만남을 제공한 이 플랫폼이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 가 말이다.


사랑하는 제자가 늘 들여다볼 테니 앞으로의 글쓰기와 태도는 어때야 할지?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더욱 애쓰고 노력해야 할 계기 또한 마련해 주니 정진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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