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세상 참 오래 살고 볼일이다

by 박점복

30도가 훨씬 넘는 여름 땡볕 더위가 '덤빌 테면 덤벼 보라며 한창 힘자랑 중이다' 하나둘씩 곁을 슬슬 피하니 외로웠는지 체면 팽개치고 친구 하잖다. 곁에 바짝 다가와서는.

"좀 시원해져야지, 이렇게 더워서야 원!"

모처럼 어깨에 힘깨나 주며 '갑(甲)'이 돼 튕겨본다.


시원하게 집 앞까지 모셔다 다며 마을버스가 저만큼에서 아까부터 애타게(?) 쫓아온다. 얼른 타라고. 모르는 처지도 아니고 매몰차게 외면할 수도...... 웬만하면 운동 삼아 걸었을 거리인데. 사람 맘 참 간사하다. '까짓것 심 한 번 쓰지 뭐' 쓱 올라타는 건 또 뭔가.


'여기' 앉으며 자리까지. 이런 칙사 대접 이 설다. 흔치 않았으니. 게다가 언감생심 예전엔 무나 못 누렸던 에어컨 바람까지 후텁지근한 기분 한방에 날려 준다. 비싼(?) 비용 지불하면야 카페나 커피전문점쯤에서 유 부리며 누 있긴 하지만.

이럴 때 꼭 주책없이 청승 떨 듯 옛 생각이 불쑥 쳐들어 온다. 그 옛날 버스 풍경이, 아련하긴 했지만, 툭 하고 스쳐 지나가는지. 나이 먹은 티를 꼭 렇게라도 내 싶을까.


먼지 날리던 비포장 신작로 위를 덜컹덜컹 달렸다. 삐질삐질 흐르는 땀, 여지없이 창문 활짝 열어젖히지 않고는 버텨낼 묘수 또한 없었니.


지금의 잣대를 들이대는 게 딱 맞는 비교일 순 없지만, 한 술 더 떠 버스 안 인데도 담배를 버젓이 피워 문 채 뿜어대던 뿌연 연기라니. 비흡연자들과 깨끗하고 시원한 바람 그나마 원했던 승객들에겐 고역 중 고역이지 않았을까.


상전벽해, 격세지감이란 단어가 우리 곁에 바싹 다가와서는 그 뜻을 실감케 한다. 도로는 깔끔 평평하게 뻥 뚫려 있고, 날리던 먼지는 잘 포장된 시설 덕분에 옛이야기 속 추억으로 자리를 넘겨준 지 되었다.


어디 교통수단뿐이랴? 공공장소에서의 흡연도 법으로 제한되는, 말끔해진 세상이다. 한결 청결해진 공기, 먼지와 이별한 도로, 자동차 제조 능력까지 최고인 우리의 기술력 덕분에 쾌적함 만끽한다. 올챙이 적 시절은 걸음아 날 살리라며 어느새 후다닥 저만큼 줄 행낭 고.


천하에 한량이 따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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