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여기 아파트 단지 내 나무들도 울긋불긋 세상 예쁜 단풍으로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는 데 꼭 거기까지 가야만 진짜 가을을 만난다고?'
이랬던 나다. 벌써 몇 차례 다녀왔던 터라 뭐 그리 대단할까 라면서도 가족과 함께 올해도 설악산을 찾았다.
속으로만 품고 있었기 망정이지 밖으로 드러냈으면 어쩔 뻔 했을 지. '아파트 산책길 단풍이나 설악의 단풍이나 거기서 거기 같은 데, 나는......'
감탄에 인색한 나, 괜히 남자랍시고, 아빠쯤 된 나이는 체신을 지켜야 한다며 좀처럼 입 밖으로 내놓지 않던 비싸게 굴던 탄성이 절로 나왔다. 체면이고 나이 고는 이미 곁을 떠난 지 한참이다.
표현 능력이 생각할수록 형편없는 건 다만 단풍에게 미안할 뿐이다. 그냥 달라도 너무 달라 아파트 단지 내 단풍은 그 나름대로, 설악 단풍은 또 설악 단풍데로 노는 물이 다름을 표현할 수밖에. 표현 기술의 최고치를 끌어다 사용해야 겨우 일부지만 그려낼 수 있다잖은가.
나만, 우리 식구만 그런 건 아니었다, 분명. 아침 일찍 나선 길인데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로 향하는 도로는, 주차장은 '메뚜기도 한철 아니냐'라는 듯 꽉 들어차 위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도 하루 전 양양 근처 숙소에서 묵고 빨리 출발한 덕을 본듯했다. 입구 근처 호텔 주차장도 수많은 인파와 차량을 위해, 물론 자신들의 이윤도 만만찮게 추구하는 게 더 컷을 테지만, 개방을 했다. 그곳에 주차 후 조금 걷는 게 차라리 입구까지 가서는 주차 자리 찾겠다 우왕좌왕하는 것보다는 훨씬 탁월한 선택이었다.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 입장권을 구매하려 선 줄도 비례하듯 늘어나기 시작했다. 차례를 기다리는 우리에게, 아니 다른 가을맞이 여행객들에게 '65세 이상은 무료'이니 주민증 지참하시고 줄 서서 기다리지 말고 바로 입장하라는 마이크 안내가 귀에 들어왔다.
물론 매표소 안내판에도 그런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었지만 해당 사항 없다며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한데 옆에 있던 아내가 딱히 듣고 싶지 않은 말인 데 한 마디 거든다.
"당신도 내년이면 무료입장이네! 전철도 무료이고!"
현직에 있을 때 함께 근무했던 선배 교사 한 분이 한 말이 불쑥 떠올랐다.
"나는 전철 무료 승차 혜택 별로 받고 싶지 않아, 그냥 정당한 요금 지불하고 덜 늙은 게 훨씬 좋거든요"
나 역시 똑같은 생각이었다. 무료 대접 안 받아도 좋으니 65세가 안 넘어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요금 지불한다고 누가 "와우! 아직 65세 안 되셨나 봅니다. 젊으시네요" 할까만.
야릇한 느낌과 왠지 묘한 기분 표현이 쉽지 않았다. 요금 지불한다고 나이 안 먹은 걸로 누가 퉁 쳐 줄까? 쓸데없이 객기 부리지 말고 걸맞게, 나름 멋들어지게 늙어보려 애 한 번 써 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