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묵호 등대

외롭지만, 그립지만

by 박점복

등대가

무심히 가겠다는 손

슬그머니 잡더니만 귓속말이다.

'안 가면 안 되느냐구요'


수많은 사랑의 걸음,

조잘거림을,

연신 외치는 '와우! 예쁘다'를

감탄마저도.


반기듯 차별 없이 듣지만

외로웠답니다.

밉기도 했고

고자질도 했었거든요.


나 역시 곧 떠나고 말 테니까



비로소

살짝 드러낸 등대의 속내.

흠칫 놀랐어요.

들켰을까 봐,

감추고 싶었던 맘.


아프게 혼자

얼마나 끌어안았을까요.

배반한 적 한 번 없다는 바다,

끝없이 밀려들다 떠나길 수차례

끼룩끼룩 갈매기와 파도까지.

야박한 인심과는 비교조차 불가하고,


따스한 온기로 품어 주겠다니, 곁을.

때론 춥고 무서운 까만 밤조차

싫은 내색 한 번 없었

놓칠세라 잡은 손 오히려 꼭 잡으며.


저만큼 떨어져 말은 없어도,

작은 섬, 다소곳한 바위까지

더불어 나누겠다니,

잠깐 왔다 떠날 뿐인 나야

없이 고마울 뿐이지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피카소가 그렸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