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런 척해보지만 서글퍼요

그러고 싶겠습니까만

by 박점복

"예~엣! 정말요?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나이를 한 뭉텅이 싹둑 라 깎아주니 좋아해야 하는 걸 테다. 너스레를 떨며 놀라는 표정까지. 묘했다.


어 보인다는데, 좋았 리가...... 그러면서도 한 편 슬쩍 스쳐 지나는 삐딱한 생각,


'내가 진짜 나이를 먹긴 다는 거잖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가 어때서, 베베 꼬인 심사가 작동을 하는지. 하지만 사실인 걸 어쩌랴.


젊고 쌩한 이에게, 군가 "와우! 진짜 젊어 보이네요"라고 한다면? 당연한 걸 전혀 당연하지 않은 듯, 이렇게.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사단의 소지가 다분하다


나이에 걸맞은 그럴싸한 신체 모양새가 데 그렇지는 아직 않다는 의미였을 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비스, 만한 사회생활 위한 하우쯤 된다는 것도 피차 체득했을 연륜이었다.


이처럼 부쩍 나이 얘기에 예민해져서는 일희일비, 친구들 식에 아련해지기까지. 멋대로 찾아와서는 소위 '늙음'이 내게 손을 내고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기에 위로받곤 하지만 근황이 궁금한 건 추기 어렵다.


'건강 무탈하게 잘들 지내고 있야 할 텐데......'


넉넉함과는 무리 애를 봐도 결 고리조차 도무지 기 쉽지 않못 먹고 못 입던 그때, 지지리도 지만 래도 부러울 건 없었는데.


뙤약볕이 아무리 강하게 내리쬐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메뚜기 잡다며 헤집고 다니던 재미, 딱지 따는 맛에 푹 빠져 어둑어둑 해 지는 줄도 몰랐었지, 근사하게 볏짚으로 꾸민 새 집에 인 여치 키우기, 까맣게 탄 피부 여기저기 희끗희끗했던 버짐까지.


자치기, 딱지 치기, 구슬 치기는 선수였고 말고다. 술래잡기, 비석 치기...., 참 그때는 놈의 ○○치기가 그리도 많는지. 학교 귓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구실이야 사방 천지에 차고 넘다.

끝나기 무섭게 책가방 동댕이친 채 딱히 약속한 것데 삼삼오오 모여들던 동네 야트막한 언덕, 지금도 돌아만 가면 여전히 반겨줄 것만 같은.



최첨단 과학 기술의 혜택으로, 그나마 가물가물 억 속을 맴돌던 친구들과 어렵잖게 삶의 처지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럴 줄 누가 알았까? 구들이 예상이나 했까? 아날로그 세상 전부인양 지지고 볶고 난리였었는데. 디지털이라니.


디지털 채팅방을 들락거리는 중이다.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나마. 젊은 척은 하고 싶다, 얼마든지 처지지 않고 잘 따라 한다며. 가끔씩 올리는 아재 개그, 혹여 누가 볼까 무서운데 본인만 모르고 있. 재미없는 줄.


하루하루 달라지는 건강 기별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흠칫흠칫 놀고 있다.


친구 C는 혈압 관련 질환 후유증 때문에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 중이란다, 벌써 몇 년째. 다행히 많이 회복되어 감사한다고.


맞지 않는 톱니처럼 픈 것과는 남이라던, 일 건강하게 쌩쌩할 줄만 알던 K. 유독 술을 좋아한 건 맞다. 반갑지도 않은 불청객 당뇨로 고생 중이다.


자랑할 건 아니었을 테지만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던 주량의 그가, 없으면 못 살 것처럼 즐기던 그 술을 가까이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는 소식까지.


안쓰럽고 한편 처량해짐은 왜인지를 모르겠다. 친구 걱정이라지만, 은근히 안절부절 조바심을 감추질 못하는 나는 또 뭔지?


행여 깨질세라 값비싼 도자기처럼 온갖 신경 다 쓰며 애지중지 떠받들어야 하는 이 복(福), 건강은 왜 자꾸 내 곁에서, 친구들 품에서 멀어지려 하는지.


냇가에서 여름이면 벌거벗고 첨벙 대던 녀석들과 동네 풍광(風光)이 불청객의 습격 먼저 받아, 아파하는 지금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우울하다, 마음이. 맞지 않는 신발처럼 며.


"C야!, K야! 건강하자고 그랬잖아! 우리"

"그때 그 패기 다 어디 갔냐고?"


억울해 할 수조차 없긴 해도, 걱정 없던 어린 시절 떠올리며 빨리 힘을 내 보자. "알았지! 얘들아!"



그림 출처: 다음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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