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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의 몫
안 그런 척해보지만 서글퍼요
그러고 싶겠습니까만
by
박점복
Jan 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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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엣! 정말요?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나이를 한 뭉텅이 싹둑
잘
라 깎아주니
좋아해야
하는 걸 테다. 너스레를 떨며 놀라는 표정까지
.
묘했다.
젊
어 보인다는데,
안
좋았
을
리가
.
..... 그러면서도 한 편 슬쩍 스쳐 지나는 삐딱한 생각,
'내가 진짜 나이를 먹긴
먹
었
다는 거잖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뭐
가 어때서, 베베 꼬인 심사가 작동을 하는지.
하지만 사실인 걸 어쩌랴.
젊고
쌩
쌩한 이에게,
누
군가 "와우! 진짜 젊어 보이네요"라고 한다면? 당연한 걸 전혀 당연하지 않은 듯, 이렇게. 자칫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사단의 소지가 다분하다
나이에 걸맞은 그럴싸한
신체 모양새가
일
반
인
데 그렇지는 아직 않다는 의미였을 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이
서
비스,
원
만한 사회생활
을
위한
노
하우쯤 된다는 것도 피차 체득했을 연륜이었다.
이처럼 부쩍 나이 얘기에 예민해져서는 일희일비
하
고
,
친구들
소
식에
아련해지
기까지
.
멋대로 찾아와서는
소위 '늙음'이 내게 손을 내
밀
고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기에
위로받곤 하지만
근황이 궁금한 건
감
추기 어렵다.
'건강 무탈하게 잘들 지내고 있
어
야 할 텐데......'
넉넉함과는
아
무리 애를
써
봐도
작
은
연
결 고리조차 도무지
찾
기 쉽지 않
은
못 먹고 못 입던
그때
, 지지리도
가
난
했
지만
그
래도 부러울 건 없었는데.
뙤약볕이 아무리 강하게 내리쬐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메뚜기 잡
겠
다며 헤집고 다니던 재미
,
딱지 따는 맛에 푹 빠져 어둑어둑 해 지는 줄도 몰랐었지, 근사하게 볏짚으로 꾸민 새 집에
새
로
들
인 여치
키우기, 까맣게 탄 피부
에
여기저기 희끗희끗했던 버짐까지.
자치기
,
딱지 치기, 구슬 치기는 선수였고 말고다. 술래잡기, 비석 치기...., 참 그때는
뭔
놈의 ○○치기가 그리도 많
았
는지. 학교
공
부
귓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
구실이야 사방 천지에 차고 넘
쳤
다.
끝나기 무섭게 책가방 동댕이친 채 딱히 약속한 것
도
없
는
데 삼삼오오 모여들던 동네 야트막한 언덕, 지금도 돌아만 가면 여전히 반겨줄 것만 같은.
최첨단 과학 기술의 혜택으로, 그나마 가물가물
기
억 속을 맴돌던 친구들과
어렵잖게 삶의 처지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럴 줄 누가 알았
을
까?
친
구들이 예상이나 했
을
까?
아날로그 세상 전부인양 지지고 볶고
난리였었는데.
디지털이라니.
디지털 채팅방을 들락거리는 중이다.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나마. 젊은 척은 하고 싶다, 얼마든지 처지지 않고 잘 따라 한다며. 가끔씩 올리는 아재 개그
,
혹여
누가 볼까 무
서운데 본인만 모르고 있
다
. 재미없는 줄.
하루하루 달라지는 건강 기별
까
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흠칫흠칫 놀
라
고 있다.
친구 C는 혈압 관련 질환 후유증 때문에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 중이란다, 벌써 몇 년째. 다행히 많이 회복되어 감사한다고.
맞지 않는 톱니처럼
아
픈 것과는 남이라던,
제
일 건강하게 쌩쌩할 줄만 알
았
던 K. 유독 술을 좋아한 건 맞다. 반갑지도 않은 불청객 당뇨로 고생 중이다.
자랑할 건 아니었을 테지만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던 주량의 그가, 없으면 못 살 것처럼 즐기던 그 술을 가까이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는 소식까지.
안쓰럽고 한편 처량해짐은 왜인지를 모르겠다. 친구 걱정이라지만
,
은근히 안절부절 조바심을 감추질 못하는 나는 또 뭔지?
행여 깨질세라 값비싼 도자기처럼 온갖 신경 다 쓰며 애지중지 떠받들어야 하는 이 복(福), 건강은 왜 자꾸 내 곁에서, 친구들 품에서 멀어지려 하는지.
냇가에서 여름이면 벌거벗고 첨벙 대던 녀석들과 동네 풍광
(
風光)이 불청객의 습격 먼저 받아, 아파하는 지금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우울하다, 마음이. 맞지 않는 신발처럼
꽉
조
여
오
며.
"C야!, K야! 건강하자고 그랬잖아! 우리"
"그때 그 패기 다 어디 갔냐고?"
억울해 할 수조차 없긴 해도, 걱정 없던 어린 시절 떠올리며 빨리 힘을 내 보자. "알았지!
얘들아!"
그림 출처: 다음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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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복
직업
교사
여기도 찔끔 저기도 찔끔 거리는 걸 보면 딱히 잘 하는 게 없다는 의미 이리라. 정처 없이 헤매고는 있지만 그래도 꼭 내가 메꿔야 할 모퉁이는 있고 말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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