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2일이 아니고 새해 1월 1일이랍니다

의미부여

by 박점복

새해 첫 새날이라는 데 도무지 어제, 12월 31일과 달라진 게 하나 없는 듯 한 건 내게 뭔가 이상이 있는 걸까? 달라졌다고들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긴 하는데, 다른 이들은. 혹시 뭔가를 잘못 알아도 너무 모르는 걸까? 내 눈에만 안 보이나? 불안이 엄습해 온다.


하염없이 흘러가기에 그날이 그날 같은 데, 그저께 떠올라 똑같이 서쪽으로 넘어가던 해처럼, 2022년 12월 31일 저녁 역시 붉은 여운을 잔뜩 남기고 서쪽을 향해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넘어간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너덜너덜거리며 힘없이, 안 넘어가겠다고 발버둥 치는 듯 한 건 왜일까?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마음의 흔들거림 때문인가 보다.


끊기지 않고 한 줄로 쭉 이어진 세월을 연월일시(年月日時)로 마디마디 나눈 분은 누구실까, 왜 구분 지었을까? 변한 것 없이 어제랑 똑같은 데 새해, 새날이라니. 분명한 목적과 의도가 있으리라. 마디마다 맺고 끊으면서 깨우치라며.


먼 길 저 너머까지 어떻게 가야 한담? 어디서 어떻게 쉬고 재정비를 해야 하는지. 다잡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도록 말미가 될 쉼표(,)가 찍혀야 한다. 다시 포르테(f)로 분위기를 바꿔야 할 새 토막이 필요하고 말고이다.


그런 구분(區分)이라며 선물로 하늘은 우리에게 새롭게 새해, 새날을 맞도록 배려하니 다만 감사하게 받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새로운 마디가 시작되기 전 쉼표를 의도적으로 찍어 주었으니 연결을 우격다짐으로 고집부리지 말자.


관성처럼 달려오던 속도 줄여 아주 느리게, 라르고(largo)로 브레이크 밟아 달려왔던 길, 계속 나아가며 부딪혀야 할 길 반성하고 또 계획해 보게 했으니 막무가내로 어깨 밀치고 나갈 수야.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며 12시 59분 59초이자 동시에 00시 00분 00초로 순식간 새해 새날로 바뀌지만, 뭐가 어쨌단 말인가? 분명 그렇지 않음을 절감하며 새롭게 세팅해 본다.


그렇게 선물로 허락된 또 한해를 허투루 쓴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된단 말인가? 뭘 어떻게 할지 전혀 모른다. 그래도 새로운 마디를 예전처럼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진 결코 않으리라는 결연한 의지만큼은 분명히 하리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심경으로 새롭게 마디를 꾸미리라 다짐 또 다짐하며 2023년 1월 1일 습관처럼 걷던 거리를 어제와는 다른 속도로 다가가며 주변을 감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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