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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구수한 목소리 그립습니다

판이 넘어갑니까, 기계음으로?

by 박점복

"모두가 내리는 곳입니다.

손잡이(bar)를 올려주세요!"


하루에도 똑같은 이 말을 몇 번이나 영혼 없이 뱉어냈을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지겹도록 읊어대도 불평 한마디 없다, 놀이 공원 안내 멘트는.


생각만으로도 머리는 지끈지끈. 만일 기계인 인공지능의 설정된 도움이 아니었다면 어땠을지.


입안은 온통 고 바짝바짝 말라가는 침에, 없던 희한한 병까지. 의술의 도움 벗어날 재간이 없을 테다.


이젠 하도 익숙해져 법 거부 반응조차 미미한, AI가 대신하는 리한(?) 시대를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내고 있다. 이 땅의 모든 인생들이.


아파트 관리 사무소의 공지 사항 역시 한치 오차도 없. 똑같이 몇 번을 반복하는지?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라는데...... (그렇다고 공지 사항이 듣기 싫다는 의미 당연 아니다)


"배수관 공사로 106동, 107~8동 16층 이상 세대에서는 온수 사용 시 녹물이 나올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 기계음의 주인은 거의 또 '여성'인 것도 참 한하다. '남성'도 있을 텐데 못 들어 본 걸 탓해야겠죠...... 세상 일 어찌 내 좁은 이해력 범위 안에 다 담 수 있까만, 여전히 호기심 발동시키기엔 충분타.


자동차 내비게이션, 대중교통 속 안내 음성이라고 예외일까. 오늘도 변함이 없다.


그러기에 동네 이장님의 마이크 속 구수한 목소리가 더 그리운 가 보다. (연식이 오래돼서 그런가?)


"아! 아! 마이크 시험 중, 소리 잘 들려요? 오늘 저녁은 영냄이네 집에서 봄 쑥떡을 하셨요. 오셔서 텁텁한 막걸리 잔 곁들이면서 두런두런 얘기나 나누십시다"


정겹게 귓전을 맴돈다. 온기라곤 없이 무한 반복 안내 중인 AI 기계소리와 겹쳐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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