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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흐르겠다고' 실개천이

땡깡이라도 부리면......

by 박점복

까만 밤, 나야 푹 잔다지만 바깥세상도 하던 일 멈추고 팔자 좋게 쉴까? 다음 날 눈 떠보면 늘 감쪽같아서......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공평한 줄만.


게슴츠레, 느지막이 하품까지 거하게 하며 미안한 줄도 모른 채, 아니 너무도 당연하게 부스스 눈을 비빈다. 어쨌든 밤을 지켜준 이들 덕분에.


늦게 태워다 주고는 차고에 둥지 틀었던 마을버스도 일찍 눈을 떴다. 스쳐 지나간다. 내 깊은 잠에 한몫 단단히 했다며.


딱 붙어 안 떨어지겠다는 친구, 엄마가 부르니 내려놓고는 미련 없이 뒤도 한 번 안 돌아보았다. 그렇게 나 몰라라 했던 놀이터도 까만 밤 잘 보냈으려나.


춥다며 한껏 움츠려 들기도 했지만, '푹푹 찔 때도 있었는데......'라며 거드름 꽤나 피우던 세월 추억하며 가물거린다. 어제 잔 것 밖에 한 것 없는 위해.


꼴딱 새야 하는 어떤 이들의 수고로 한 밤중 야생을, 자연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났다. '아하! 저렇게들 밤에도 사는 군. ' 얼굴 한 번 안 비취더니, 낮엔.


'쿨쿨'거리기만 하는 내 대신 '소를 키우는 이들. 지구를, 우주 여기저기를 한치 오차 없이 돌고 돌게 한다. 그저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고.


고개 삐죽이 내밀며 계절이 아는 체한다, 제일 먼저 맞겠다는 천변 개나리들, 밤새 준비했을 벚꽃의 웃음 한 소쿠리, 한 낮이 다 되어서야 겨우 만난다. 처절한 밤 어찌 보냈을지 여전히 모른 채.


나의 새 하루를 위해 한숨도 못 잔, 갚을 수는 있으려나, 저들의 수고?


감사하이!



사진 출처: 다음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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