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없이
소풍이나 운동회 날이면 멋들어지게 휘날레 장식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두근두근 맘 한껏 졸이게 했던.
보물찾기, 행운권 추첨?
참가상 몇 번 받았던가. 결코 달갑지 않은 기억이다. 늘 엑스트라 역(役)만 도맡았으니 이런 분야도 상 주는 대회 혹시 있다면 1등은 따놓은 당상일 텐데.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땅은 쩍쩍 갈라지는 데, 생명들 비집고 나올 틈 있었겠는가. 희박한 그 확률, 차라리 수확 접는 게 나을지도 모를 거라는 계산이다. 빠른 포기도 못잖게 훌륭한(?) 전략 중 하나였을 테니, 자포자기의 그때.......
생명줄 같은 물이. 누군가 지고 가던 깨진 물항아리 틈새에서 조금씩 흘러나와 길가에 떨어지니 하늘만 쳐다보던 이름 모를 목마른 풀들, 삶의 새 희망 찾았다는, 깨진 항아리의 쓰임을 예화로 들으며.
뒤로 자빠지는 데 코는 왜 깨지냐지만. 재수 참 억세게 없는 희귀한 이 사례의 단골손님 바로 '나'다. 그러기에 걷다가 큰돈을 줍는 횡재 남의 집 일이다.
쪼잔(?)하게 천 원, 만 원 정도 말고. 한 백만 원(₩1,000,000)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 데 착각은 자유라더니 참 꿈 한 번 야무지다. 팔자타령까지 동원시켜야 겨우 맥이 닿긴 하겠지만.
눈먼 고기처럼 돈뭉치가 눈에 확 띄었다면? 이게 어디 예삿일 일리가. 가슴 벌렁벌렁 별의별 생각이 다 들 테다.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하면 될 걸 가지고 불순한 의도가 스멀스멀......)
꼭 이럴 때 하필 그 액수만큼 쓸 일이 때맞춰 생기는지. 타이밍 한 번 절묘하잖은가. 한쪽엔 천사가, 다른 저 쪽엔 뿔 달린 악마가 온갖 작전을 펼치며 유혹한다.
그렇게 한 50m나 걸었을까 평소엔 안 보이던 경찰차가 떡하니 서 있더란다. 잃어버린 이의 분실신고가 접수되었다나. 습득하신 분 계시면 알려달라는 안내 멘트와 함께.
딱히 잘못한 건 없다. 우연찮게 거저 주었다는 거 말고는. 그래도 발은 저린다. (착한 심성 소유자들의 공통 심리?) 주운 돈 들고 경찰에게 다가가면 상황은 끝이다.
오만, 십만 원쯤이라면야...... 덜컥 백만 원을, 착한 마음에 미묘한 파장이 출렁인다. 머뭇거림의 정도가 달랐다나 어쨌다나.
자꾸 되새김질되면서 남들 얘기겠거니 그냥 흘려보내질 못했나 보다. 주변을 뱅뱅 돌고 있는 걸 보면. 예화가 곁들여진 설교에 은혜를 받은 걸까?
그놈의 백만 원이란 큰돈(?)이 덜컥 공돈인양 생기니...... 시치미 뚝 따면 아는 이 없겠다 나만 입 다물면 끝이기도 하고.
내 것 아닌데도 뭔가 뺏기는 듯한 야릇한 쓰라림(?) 엄습해 온다. 잠시 뭔가에 홀렸을까. 나만 아는 속내였으면 참 좋겠는데.....
주인이 돌려달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돌려줌이 마땅하다. 손해라도 보는 것처럼 편치 않은 마음, 인지상정으로 포장은 될까? 원래 내 것이 아니었는 데도.
정신 차리란다. 내 것(?) 탈취당하는 듯 처신하지 말고. 살점 에이듯 아파하지도 말고.
(얼마 전 목사님 설교에 등장한 예화 중 일부)
대문 사진 출처: 다음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