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울었더니 꼭꼭 숨어있던 응어리 한 놈이 쑥 빠져나간다. 아무도 그 누구도 왈가왈부 토 다는 이 없긴 하지만, 왠지 어른은 울면 안 될 것 같은 희한한 체면 문화가 얼마나 옥죄며 못 울게 했는지. 펑펑 운 적이 없다는 게 어른의, 남자의 대단한 상징이라도 되는 양 착각은 속히 떨쳐내는 게 편한 해결책 임을 나만 몰랐던 걸까? 따뜻한 위로와 다독거림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까닭 이리라.
"힘들었지, 애썼어"라는 말에 그동안 옴짝달싹 못한 채 눌려있던 울음이 화산 폭발하듯 솟구쳐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올 줄은........ 생애 단 몇 번 뿐일 경험이 선사한 카타르시스를, 뻥 뚫리는 후련함이라니.
속 시원히 울어 보신 적 있으신지요? 맘 속 깊이 응어리진 것까지 풀어내는, 눈치나 체면 때문에 꽉꽉 눌러 두었던 울음 말이다. 몇 번이나 되며 어떤 계기 때문이었는지? 날마다 그럴 순 없다. 그렇다고 한 번도 그래 본 적 없는 것 또한 지극히 정상이라 단정 짓기도 어렵다.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우느냐고요? 숨통이 터지는 정화의 과정과 치료는 꼭 필요하다.
남자 화장실에서만 보게 되는 독특한 문구,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뿐이 아니라며 조심스레 볼 일을 보란다. 한데 이 글귀를 볼 적마다 왜 남자는 눈물을 흘리면 안된다는 경고(?) 아닌 경고가 떡 하니 위협을 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훌쩍훌쩍거리면서 청승을 떠는 모습도 바람직 하달 수 없지 않을까. 간혹 가족들과 함께 시청 중인 프로그램 때문에 눈물이 주책도 없이 흘러나와 얼마나 난감했던지. 아픈 어린 시절, 가난하고 힘들었던 그때 감성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에는 쉽게 참아내질 못하는 눈물 숨기기는 쉬운 일이 아니고 말고다.
진정 울게 만들며 시원하게 씻어 내주는 눈물의 효능을 맘껏 만끽하고 싶을 땐 그런 신체의 리듬에 몸을 그냥 맡겨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