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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 검사
나머지 공부
by
박점복
Oct 29. 2021
고리타분하게 긴 시간 무작정 붙잡아만 둔다고 아이들의 학습의욕과 능력이 쑥쑥 큰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예리하지 못하다고 혹시 핀잔 주실 분도 없진 않을 테지만, 그러나 꾸준하게 양(量)
으로 밀어붙인 우직한 학습법으로도 끝내 성공을 거둔 경우는 적지 않다.
딱히 뾰족한 지름길이 쭉 뻗어있는 건 아니다. 나름의 독특한 방식을 찾아낸 후 꾸준히 실천하는 것 말고는 말이다. 그런 아이들 학습의 든든한 도우미는 역시 교사의
관심 어린 사랑과 열정뿐이던 시절이었다. 당근과 적당한 채근 법이 얼마나 큰 효력을 발휘하던지.
교직에 첫발을
내
딛었던 초임지
, 80년대 초반이라는 시대적 상황뿐 아니라 지역적 여건 등이 우리 아이들의 학습 환경
에
는 전혀 호의적일 순 없었다,
요즘이야 보편화되어 어찌 보면 그런 흐름을 따르지 않는 게 이상하리만큼 희귀한(?) 현상처럼 돼버렸지만, 학원이나 과외 교습의 혜택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던 세월이었잖은가.
딱히 학교와 선생님의 가르침 말고는 방법이 따로 없었기에 불만 요소가 꽤나 많았을 텐데도 우직하게 잘 따랐던 까닭이기도 했으리라. 물론 예외적 상황으로 개인 과외나 교습의 도움을 받았던 친구들도 없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방과 후 야외 학습 무대인 교정 벤치에 아이들이 하나씩 둘씩 모여들면, 기다리고 있던 나와의 만남을 통한 일대일 과외 지도 및 검사는 시작되었다. 수업시간
쫓아가기 힘들어했던 아이들을 위한 특별 배려였는데......
돌아보면 이런 조건
,
저런 상황들이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실감한다. 조건 중에는 거창(?)하게 교사들의 희생과 열정도 한몫했음이 순위에 들었으면 참 좋겠다.
자취나 하숙 중인 집에 돌아가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낼
문화적 혜택들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된 방과 후 과외 학습인 단어 검사는 꼭 통과해야 집에 갈 수 있는 힘든 절차였다.
다른 친구들은 '룰루랄라' 돌아 가는 데 남아 있어야 하는 괴로움이라니....... 겪어 보지 않은 이들이야 도통 알 수 없는 아픔이고 말고였다.
청소 검사
, 늘 단정해야 한다며 실시했던 복장 검사, 숙제 검사 등등 그 많던 검사 중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방과 후 교정 앞 벤치에서 시행되었던 영어 단어 검사였음을 인정한다.
굳건하게 버텨 준 우리 아이들에게
늦었지만
고마움을 이제야 전한다. "얘들아! 부담의 무게가 너무 버거웠었지? 미안해!" 선생님의 속 뜻이, 진심이 잘 전해졌으면 할 뿐
인 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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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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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찔끔 저기도 찔끔 거리는 걸 보면 딱히 잘 하는 게 없다는 의미 이리라. 정처 없이 헤매고는 있지만 그래도 꼭 내가 메꿔야 할 모퉁이는 있고 말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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