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의 흔적 튠 호수
다섯째 날(5월 10일)
스위스 아이들이 풀밭에서 축구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의 손주가 다가가서 끼워 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유치부에서 축구를 해왔던 손자가 용기 내어 물었던 것 같다. 애들은 오케이 같이 하자고 끼워준다. 모르는 아이들이 친해지는 걸 보고 놀랐다. 편 가르기 하고 노는 모습이 진진했다.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지만 지난던 길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스위스에서 마지막 날이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페러글라이딩이 날고 있었다. 하나 둘, 내려오기도 하고, 다시 오르기
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페러글라이딩 샵에 들렸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높은 언덕으로 이동했다.
차 안에서 영어로 자기 소개하기, 할머니는 이런 분위기에 도달했을 때는 영어의 필요성을 느낀다. 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니까 페러글라이딩 같이 타기 위한 외국인직원 4분과 우리 가족 4명과 짝을 맞추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정상에서 페러글라이딩 타는 법 요령을 설명 듣고, 모자, 옷을 받아 입었다. 각자 담당직원과 함께 하늘을 높이 날기 위한 준비를 했다.
딸은 페러글라이딩을 타기 전에 값이 비싼 체험이라서 하늘에 오래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늘 높이 떠 있는 풍경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스위스 하늘을 난다는 기대감이 좋았다.
시작 지점에서 쌔게 달려야 했다. 탈력에 의해서
하늘로 쌩하고 올랐다. 순간 아찔한 느낌과 함께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의 생각과 너무 달랐다. 하늘에 아름답게 떠있는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갑자기 울렁증이 생겼다. 순간 딸과 손주들이 생각났다. '얘들아, 잘 버티고 땅에 착지해야 해,. 여기는 한국이 아니야.'점점 어지럽고 구토증이 왔다. 내려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오래 버티기를 해야 했다.
딸과 손주들도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는 외국이라서 마음 단단히 먹어야 된다고 순간 떠올랐다.
같이 탄 직원 분이 괜찮냐고 물었다. 괜찮다면 하늘 높이 더 머물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딸이 비싼 체험이라는 소리가 맴돌았다. 순간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페러글라이딩 직원 분은 묘기하듯 빙글 돌면서 움직였다.
와우~ 울렁증이 더 심해졌다. 나는 빨리 땅에
내리고 싶어졌다. 이제는 내려 달라고 했다. 딸과 손주들이 걱정이 되었다. 내려와 보니 모두 할머니보다 먼저 내려와 있었다. 되도록 하늘에 오래 머물러 있으라고 해놓고, 자기들이 먼저 내려와 있는 것이다.
먼저 내려와 주어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소리 내어 웃고 나니 어지럼증이 사라졌다.
그래도 우리는 스위스 하늘을 날아 보았다
울렁거림을 체험했고,
페러글라이딩에 대한 환상을 경험을 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튠 호수는 고요하고 맑았다. 빙하기를 거쳐온 알프스 영봉의 눈 덮인 산 아래의 호수는 푸른빛을 더했다. 스위스 국기를 단 유람선은 선착장에서 우리를 태우고, 호수 위를 가르며 지났다.
곳곳의 지나는 집들은 우리에게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유람선은 빙하기를 거쳐 왔던 골짜기의 흔적을 알려주었다.
골이 생긴 사이로 나무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골에서 생성되는 유기물은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키며 맥맥이 이어온 지금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잠잠히 호수의 시간 여행은 천년, 만년 거슬러 올 라갔다가 내려온다. 호수의 하얀 포말 위로 햇살이 부서지며 반짝인다. 바다도, 강도 아닌 깊은 호수의 흔적을 만나는 일은 경이로운 순간이다. 지금 마주 하는 것들은 오랜 줄기와 함께하는 일임을 알게 해 주었다.
반대쪽 슈시트성 선착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그곳에서의 풍경을 감상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그곳의 주민들 모습에서 꼭 우리가 사는 동내 풍경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왔다. 딸은 비투스 온천이 가까이 있으니 다녀오자고 했다. 아까운 하루를 꽉 채우자는 말이다. 21번 버스를 탔다.
역시 몸의 피로를 푸는 온천 노을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저녁은 오던 길에 장을 보고 숙소에서 만들어 먹었다.
내일은 짐을 챙겨서 한국으로 돌아간다.
여섯째 날(5월 11일)
숙소에서 오전 9시 체크 아웃, 인터라켄 오스트 역에서 기차를 타고 취리히 공항에 도착-> 오후에 독일 뮌헨 공항 도착.->뮌헨에서 인천공항 도착->인천에서 김해공항 도착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서 공항 거칠 때마다 스위스에서 PCR검사를 받은 확인증을 내밀면서 통과했다, 당연히 통과되는 일이지만, 사실 나보다 딸이 더 마음을 쓰는 일이었다.
나보다 딸은 여행지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싶어 한다.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도 깊다. 코로나 시기였지만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여행을 준비한 딸에게 무척 고맙다. 딸의 용기에 나는 힘을 얻었다. 딸과 손주들과 함께한 요번 여행은 어느 여행보다 의미를 더한 여행이었다.
손주들에게의 여행은 알프스 정상에서 눈사람을 만들었고, 스위스 아이들과 축구했던 기억도 남아 있을 것이다.
(2022년 5월 5일~12일)
6박 8일 여행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