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커피
시애틀은 여행 계획 안에 있었다. 살다 보니 미국땅을 밟아보게 되고, 나에게 과분한 일이 아닌가. 분명 주어진 삶에 충실하게 살고 있다.
23,12,30 여섯째 날
오늘은 당일치기로 밴쿠버에서 시애틀로 간다.
여행지에서 가끔 렌트를 하곤 하는데, 이곳 낯선 곳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이다. 7시 30분 숙소 앞에서 차를 가지고 온 가이드님과 미팅을 하고 출발했다. 가이드님은 이곳에서 이민 생활을 하고 계셨다. 밴쿠버에서 시애틀까지는 2시간 30 여분, 가다가 국경 검문소(USA Border)에 머무는 시간 합치면 3시간 소요 예정이란다. 요즘 다른 지역 국경에서 사건이 자주 발생해서, (브라질 쪽) 이곳 국경 통과도 까다로움이 많다고 했다. 이동하는 동안 시애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난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시애틀에 잠 못 이루는 밤에'를 떠올리며, 마치 영화 속 그곳으로 가는 설렘이 들었다. 가이드님은 지금의 시애틀 모습을 들려주고 싶어 했다. 세계적인 비행기 회사 보잉, 마이크로 소프트웨어, 아마존, 스타벅스, 등 여러 회사들이 시애틀 경제를 움직인다고 했다. 시애틀은 상당히 우위에 있는 도시라고 생각 들었다.
오늘 방문지
국경 검문소/툴라립 카지노/보잉사(future of flight)/시애틀 센터(스페이스 니들, 아모리, 모노레일 )/퍼블릭 마켓/스타벅스 1호점/워싱턴대학
하루 일정으로는 빽빽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경 검문소에 이르자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물론 절차대로 여권을 준비하고, 줄을 기다리고 있었고, 미국 경찰들은 위엄 있게 보였다. 한 분씩 표정을 번갈아 보며 체크했다. 우리는 여행객이며 오후에 다시 밴쿠버로 돌아올 것이라는 서명과 함께 확인 절차를 거쳤다.
드디어 미국의 북서부 워싱턴주 시애틀 도시로 입문했다. 이곳은 원주민들이 먼저 정착해서 살던 땅이었다. 미국은 독립하면서 서부개척 시대를 열었고, 인디언들은 땅을 잃어 갈 때 시애틀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상황에서 슬기롭게 대처했던 이곳의 원주민 추장(시애틀) 이야기는 유명하다. 미국 측으로부터 땅을 팔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시애틀 추장은 협상안 편지를 보냈고, 미국 측은 감동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원주민 추장 이름을 따서 시애틀 도시가 되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저 하늘과 땅의 온기를 사고팔 수 있는가?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팔 수 있단 말인가? 한 가지는 알고 있다. 우리 모두의 신은 하나라는 것을 결국 우리는 한 형제임을 알게 되리라.》 -추장 시애틀
툴라립 카지노
이곳 원주민들이 운영하는 툴라립 카지노에 들렸다. 가이드님은 기본팁 1만 5천 원 선에서 게임을 해 보라고 제안했다. 다만 기본팁에서만 하고, 따거나 잃어도 스톱하고 나오라고 했다. 그러니까 우리 보고 기본팁 안에서 카지노 경험을 해 보라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제안이긴 한데 어리둥절했다.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돈으로 환전하고, 사위, 딸이랑, 할머니는 1만 5천 원씩 기분 팁 안에서 게임을 시작했다. 큰딸이 오만 원을 따서 기분 좋은 표정으로 스톱했다. 할머니랑 사위는 영 시원치가 않은 표정이다. 기본팁을 잃었다, 그냥 나오면 그래도 손해는 아닌데, 딸은 잃은 돈 회복시켜 주려다가 모두 잃었다. 정말 아쉬운 카지노 경험이었다.
보잉 비행 박물관(Future of Flight)
보잉 항공사가 있는 곳을 향했다. 이곳은 비행기 박물관과 공장이 있는 곳이며, 이곳에서 비행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Future of Flight 전시관 입구 쪽으로 들어섰다. 상당히 넓을 부분 전시가 되어 있었다. 초창기 비행기의 역사부터 우주시대를 여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담아보는 전시였다. 비행기가 발전해 가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1,2 세계대전 때 획기적인 발전으로 보인다. 그리고 보면 비행기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보잉 설립의 역사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보잉사를 창시한 사람은 보잉 월리엄이었다. 이분은 국제박람회를 거치면서 항공사업에 성공을 이룬 사람이었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 우편업무로 항공 사업을 이어갔다. 비행기로 편지를 나르는 일은 쉽고, 빠르게 이동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민간 여객기 제작까지 많은 연구를 거듭하면서 지금의 항공사로 변모해 왔다. 세계를 움직이는 비행기 회사, 보잉은 시애틀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 고용 회사가 되었다고 한다.
이곳 전시관에는. 비행기 실재 크기의 747 꼬리 부분, 동체 영상. 화물칸 객실, 우주선, 모형 비행기 등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딸은 실물 매장(샵)에서 손주에게 모형 비행기를 사 주었다.
시애틀센터(스페이스 니들, 아모리, 전철)
날씨가 흐렸고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시애틀 센터에는 여러 관광명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시애틀의 랜드마크인 우주선 모양의 스페이스 니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전망대에 오르면 시애틀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전망대까지 오를 수는 없었다. 저곳까지 감상하려면 시애틀에 며칠 머물러야 하는 일이다. 멀리서 만으로 감흥을 느껴본다. 가이드님은 아모리 센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푸드코트, 스타벅스 다양한 음식들이 많았다. 손주들이 좋아하는 치킨,감자 음료 등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모노레일 monorail을 타고 이동해 보려고 한다. 티켓을 끊고, 도심을 달리는 전철을 타보기 위해서이다. 시애틀은 한때 인구가 급증했던 도시였다. 우리나라가 농촌에서 도시로 몰렸던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이곳의 전철은 교통 해소 수단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즐겨 타고 있지만, 우리는 퍼블릭 마켓 어시장 쪽에서 내릴 예정이다. 가이드님은 차로 먼저 가 있었다.
퍼블릭 마켓과 스타박스 1호점
이곳 역시 시애틀을 대표하는 곳인 만큼 인기 있는 곳이었다. 우리나라 자갈치 시장 같은 느낌의 재래 어시장이지만, 전통이 오랜 곳이며 다양한 생선가게, 꽃가게들이 생기가 넘쳐 보였다. 생선 던지기 가게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직원분이 물고기를 힘차게 던지면 반대쪽에서 받는다. 마치 공을 던지고 받듯이 장난기 어린 이벤트(플라잉 피시)에 사람들은 재미있게 바라보았다. 이런 전통은 알래스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들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퍼포먼스라고 생각했다.
이곳은 스타벅스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전 세계의 스타벅스 탄생 1호점이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기대만큼 화려하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초창기 모습 그대로 주변 가게들과 어울리는 수수한 가게였다. 지금도 1호점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관광객들의 이곳을 찾고 있다. 명소인 만큼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우리도 그 틈 바구니에 있었다. 이곳은 크루즈와도 맞물려 있는 곳이라서 더욱 밀도 높은 장소 일임을 알게 된다. 알래스카로 왕래하는 크루즈 선의 관광객을 생각해 보면 왜 이곳이 명소가 되는지 짐작이 되는 일이었다.
해는 어느덧 바다 위로 노을을 드리우고 있었다. 비가 살짝 내렸지만, 타워 앞에서의 노을은 장관이었다. 이 모습 하나만으로도 시애틀에 온 이유가 된다. 시애틀의 진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왜 시애틀은 커피의 도시인가. 시애틀 사람들은 유독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한다. 겨울에는 습하고 비가 자주 내려서일까? 시내 곳곳에는 커피점이 많다. 시애틀은 감성이 도시였다.
날이 어두워졌다.
워싱턴 대학 광장의 도서관만 바라보고 나왔다. 이곳은 옥스퍼드에 해리포트가 있는 것처럼, 도서관을 해리포트 도서관이라고 불렀다.
이곳의 이야기 탐색하기도 재미있을 것만 같다.
시애틀을 떠나며
시애틀은 태평양의 관문, 알래스카로 가는 크루즈 선상에서의 꿈을 상상해 보았고, 톰 행크스와 아들이 머물렀던 유니온 호수의 수상가옥에서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그 밤을 그려 보았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커피 향의 여운만 남겨둔 채 시애틀을 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