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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완성은 타인의 시선에서

by 이소희

글은 혼자 쓰지만, 혼자 보라고 쓰는 건 아니다. 그래서 진짜 위험은, 내 글을 나만 읽을 때 생긴다. 어차피 글은 일기가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거다. 내 안에서만 검증된 문장은 대개 착시를 만든다. 내가 안다고 독자도 안다고 가정하고, 내 머릿속 연결을 독자도 따라올 거라 믿는다. 며칠 뒤 조금 떨어져 보면 허점이 보이는 이유다. 글은 결국, 다른 사람의 시선을 거쳐야 비로소 제대로 보인다. 그래서 원고를 완성했다면 혼자 붙들지 말고, 솔직히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먼저 보여줘라.


남의 눈은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정확히 잡아낸다. 내가 당연하다고 넘긴 전제, 설명이 부족한 문장, 흐름이 끊기는 대목 같은 것들이 그들에겐 명확히 보인다. 또, 그들은 글의 감정선을 체크한다. 글쓴이는 진심을 담았다고 생각하지만, 독자는 감정이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내 글의 빈 곳과 넘친 곳을 동시에 알 수 있다.


피드백을 받는 일은 불편하다. 공들인 문장을 지적받으면 자존심이 상한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글을 성장시키는 출발점이다. 피드백의 주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가장 정밀한 피드백을 받고 싶다면, 글 쓰는 전문가나 편집자처럼 진심으로 솔직할 수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다. 그들은 표현의 어색함, 논리의 비약, 구조의 불균형을 피하지 않고 말해준다. 가까운 지인이나 일반 독자는 ‘처음 읽는 독자’의 시선으로 글을 본다. 이들의 솔직한 반응 속에도 내가 놓친 단서가 숨어 있다. 글쓰기 모임에서 여러 사람의 피드백을 받는 것도 유익하다. 다양한 시선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내 글을 평소 팩폭을 잘 날리는 지인에게 보여준다. 그녀는 글을 읽자마자 말한다.

“야, 이 문장은 똑똑해 보이려고 쓴 티가 너무 나.” 솔직히 ‘얘가 뭘 안다고 저래’ 싶지만, 다음날 다시 읽어보면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공들인 문장이 반드시 좋은 문장은 아니라는 것. 솔직한 말은 아프지만, 대체로 정확하다.


최근에는 AI도 피드백 파트너로 활용되고 있다. AI는 문장 구조의 오류나 논리적 비약 같은 기술적 문제를 빠르게 감지한다. 표현을 여러 방식으로 바꿔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의 피드백이 ‘독자의 시선’을 보여준다면, AI는 ‘기계적 정밀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진심이 빠진 피드백은 마음에 닿지 않는다. 결국 글을 변화시키는 힘은 솔직한 인간의 시선이다.


피드백은 글을 성장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모든 의견이 유효한 것은 아니다. 글의 주제와 방향에 맞는 지적만 남기고, 단순한 취향이나 말투에 대한 반응은 참고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 중요한 건 어떤 피드백이든 내가 쓰려는 글의 중심을 흔들지 않도록 선택하는 일이다. 진심에서 나온 솔직한 피드백은 남기고, 그 외의 말은 참고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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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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