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 할 차례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진짜 난제가 시작된다.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막상 글로 옮기려 하면 산만해지고 단락은 자꾸만 길어진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어떻게 멋있게 쓸까’보다 ‘어떻게 읽히게 만들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글 쓰는 사람들이 흔히 내가 아는 건 독자도 알 거라고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긴 문장에 접속사를 줄줄이 붙이고, 한 문단에 여러 생각을 한꺼번에 넣으면 독자는 금세 길을 잃는다. 이런 글은 독자의 인지적 부담을 높여 글의 재미나 메시지에 집중할 여력을 빼앗는다. 글은 쓴 사람보다 읽는 사람이 편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초고를 대하는 태도다. 글을 배우는 과정에서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은 백지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무엇이든 채워 보라는 조언이다. 하지만 ‘일단 쓰라’와 ‘막 쓰라’는 다르다. 막무가내로 써 내려간 엉망진창 초고는 퇴고 단계에서 새로 쓰는 것만 못한 좌절감을 안겨준다. 대충 쌓은 기초를 고치는 일은 새 집을 짓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말은 완벽히 다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지, 이야기의 뼈대까지 놓쳐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독자의 집중력을 지키고, 마음을 사로잡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첫째, 문장은 짧고 명확할수록 좋다. 한 문장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한 단락에는 하나의 생각만 담아야 한다. 여러 갈래의 생각을 한 번에 쏟아내면 독자는 따라오다 지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어려운 표현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정확히 써서 독자가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사람이다.
둘째, 글에는 리듬이 필요하다. 좋은 글은 눈으로 읽을 때뿐 아니라, 소리 내어 읽을 때도 매끄러워야 한다. 초고를 쓸 때 낭독해 보면 문장이 꼬였는지, 호흡이 막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을 적절히 섞으면 글이 훨씬 읽기 편해진다. 여기에 더해 중요한 건 끝맺음이다. 문장과 단락의 끝은 단순히 마무리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을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질문을 던지거나, 단서를 남기거나, 결론을 미루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끝맺음을 설계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다음 문장으로 시선을 옮긴다. 글은 결국 연결의 예술이다. 각 끝맺음이 호기심을 이어 주는 고리가 될 때, 글 전체의 흐름은 끊기지 않는다.
셋째, 독자의 입장을 헤아리는 습관이 필요하다.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전제로 쓰는 순간, 글은 독자를 밀어낸다. 반대로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면 군더더기는 빠지고, 메시지를 살려주는 부분만 남는다. 글의 구조가 단순해지고 의미가 또렷해지는 순간이 바로 이때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남들이 지나치는 부분을 포착해 자기만의 관점으로 풀어내야 한다. 일상적인 장면에서도 “왜 이런 걸 당연하게 여길까?”라는 질문을 던질 때, 글은 비로소 살아난다. 이런 뾰족한 관점이 글에 깊이를 더하고, 독자의 뇌리에 오래 남는 메시지가 된다.
글은 짧고 명확해야 한다. 독자의 집중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관점을 더해 신선함을 주면 된다. 이 기본기만 지켜도 초고의 완성도는 눈에 띄게 달라질 것이다. 글쓰기는 요령보다 리듬, 화려함보다 명료함이다. 잘 쓰려는 욕심보다, 읽히게 쓰려는 태도에 집중하라.
읽히는 글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