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와 『에덴의 동쪽』으로 잘 알려진 존 스타인벡은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언제나 첫 문장을 적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그것은 놀라우리만치 많은 공포와 마법, 기도, 그리고 나를 덮치는 수줍음으로 가득하다.”
글을 쓰려고 앉아도 첫 문장은 잘 나오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말이 넘치지만, ‘처음’이라는 자리가 주는 압박감 때문에 쉽게 쓰기가 어렵다. 첫 문장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중요성 때문에 시작도 못하면 글을 쓸 수가 없다. 완벽한 한 줄을 처음부터 찾으려 하기보다, 떠오르는 대로 적고 나중에 고쳐가는 편이 현명하다. 글은 쓰면서 다듬고, 수정하면서 좋아진다. 첫 문장은 단순한 시작이 아니라, 이어질 문장들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출발선이다. 두렵지만 동시에 가장 매력적인 자리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첫 문장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시작만 하면 풀린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첫 줄을 시작할 수 있을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첫 문장을 시작하는 5가지 방법
① 손 풀기, 프리라이팅
글을 쓰기 전, 손이 굳어버린 듯 시작도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잘 써야 한다’는 부담보다, ‘일단 써보자’고 마음먹는다. 프리라이팅은 생각나는 대로, 문장이 되지 않아도, 주제와 무관해도 좋으니 손을 움직여 보는 훈련이다. 글을 쓸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일이다.
② 글의 톤 정하기
글은 어떤 내용을 담느냐만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도 중요하다. 같은 내용을 전하더라도, 담백한 톤과 단호한 톤, 유쾌한 톤은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생각해 보자. ‘이 글은 누구에게, 어떤 분위기로 전하고 싶은가?’를 떠올리면 톤이 정해진다.
③ 독자의 궁금증을 자극하기
좋은 첫 문장은 독자의 눈길을 끌어 글 속으로 자연스럽게 초대하는 글이다. 시작부터 주제를 강하게 던지거나, 핵심 질문을 던져 호기심을 유도하거나, 감정을 터뜨려 공감을 자아내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감정 자극형: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울고 있었다.”
질문 유도형: “왜 우리는 늘 같은 선택을 반복할까?”
미스터리형: “그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모든 게 결정되어 있었다.”
이득 제시형: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당신의 첫 문장 고민은 사라질 거예요!”
대담한 선언형: “글쓰기는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다. 훈련의 결과다.”
④ 이야기의 절정에서 시작하기
우리는 글을 쓸 때 습관처럼 이야기를 ‘처음부터’ 시작하곤 한다. 그러나 항상 시간 순서대로 서술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글의 도입부터 모든 것을 정리하려다 보면 이야기가 지루해지거나 막힐 수 있다. 독자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던 순간,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장면, 혹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의 결정적인 절정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것은 글의 구성에 리듬을 부여하고, 독자를 처음부터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게 한다. 특히 독자가 공감할 만한 인상적인 사건이나 극적인 한 장면으로 문을 열면, 글 전체에 긴장감과 흥미를 불어넣을 수 있다.
⑤ 첫 문장은 짧고 강력하게
첫 문장은 길거나 화려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불필요한 수식 없이 짧고 단호한 한 줄이 깊이, 그리고 오래도록 각인되는 법이다. 많은 정보가 압축된 강렬한 문장은, 독자의 집중력을 한순간에 사로잡고 글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할 수 있다. 마치 심장을 직접적으로 울리는 북소리처럼, 명확하고 힘 있는 메시지를 처음부터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
첫 문장은 두려움의 자리가 아니라, 가능성의 자리다. 완벽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 한 줄이 놓이면 글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흐름 속에서 생각이 모이고, 문장이 이어지고, 결국 내가 하고 싶던 말이 모습을 드러낸다. 첫 문장은 글을 여는 순간이자, 내가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