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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가 최종 구매를 결정한다

by 이소희

매년 6만 종이 넘는 신간이 쏟아진다. 이 책들의 홍수 속에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책은 무엇일까? 눈길을 끄는 제목과 매혹적인 표지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독자의 발걸음을 최종적으로 계산대로 이끄는 힘은 다름 아닌 ‘목차’다. 목차에서 책의 전체 흐름과 핵심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면, 독자는 주저하지 않는다. 결국 목차는 독자의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마지막 관문이자, 저자가 건네는 가장 설레는 약속이다.


작가에게 목차는 글 전체를 지탱하는 설계도다. 집필 과정에서 의도와 달리 곁길로 빠지기 쉽지만, 잘 세워진 목차는 흔들림 없는 이정표가 되어 방향을 잃지 않게 한다. 독자에게 목차는 안내 지도다. 이 책이 어떤 지식과 통찰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답을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한다. 출판사와 편집자에게 목차는 기획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첫 단서다. 목차가 흔들리면 책 전체가 불안해지고, 목차가 단단하면 원고는 힘을 얻는다.


목차를 구상할 때 반드시 마주해야 할 질문이 있다. 첫째, 이 책을 왜 쓰는가? 목적이 흐려지면 목차 또한 산만해진다. 둘째, 독자는 누구인가? 초심자부터 전문가, 감성적 접근을 선호하는 이들까지 독자층은 다양하다. 대상에 따라 목차는 달라져야 한다. 셋째, 책의 리듬이다. 어떤 장은 빠르게 달리고, 어떤 장은 차분히 머물러야 한다. 호흡과 강약이 조율되어야 독자는 끝까지 몰입한다. 마지막으로, 이 장이 정말 필요한가? 불필요하다면 과감히 덜어내야 한다. 목차는 이런 치열한 고민 끝에 비로소 단단해진다.


목차를 세우는 아홉 가지 방법

목차는 단순히 내용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한 권의 튼튼한 집을 짓는 일과 닮았다. 뼈대를 세우고, 방을 나누고, 독자가 편히 드나들 동선을 설계하는 과정인 셈이다. 책마다 지어야 할 집의 형태는 다르지만, 다음 아홉 가지 방법들을 의식한다면 훨씬 견고하고 매력적인 목차를 만들 수 있다.


1. 목적과 독자를 명확히 정의한다. 목차를 세우기 전, 내가 이 책으로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누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독자 대상이 흐릿하면, 목차는 곧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누구에게 왜 쓰는가'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와 같다.


2. 전체 뼈대부터 먼저 설계한다. 책의 핵심 메시지를 가장 큰 덩어리로 잡고, 그 아래에 세부 내용을 계층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시간 관리'라는 주제를 다룬다면 '개념 이해 → 목표 설정 → 계획 수립 → 실행과 평가'처럼 큰 기둥을 먼저 세우고, 그 아래에 각 소주제를 붙여나간다. 큰 그림이 잡혀야 잔가지들이 갈 곳을 잃지 않고 제대로 뻗어 나갈 수 있다.


3. 흩어진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묶고 배열한다. 머릿속에 흩어진 글감들을 유사한 것끼리 묶어 본다. 이때 포스트잇이나 화이트보드처럼 자유롭게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도구가 큰 도움이 된다. 생각들을 분류하고 정리하다 보면 전체적인 흐름이 마법처럼 눈에 보이게 된다. 논리적인 배열을 위해서는 문제 제기 → 해결책, 혹은 과거 → 현재 → 미래 같은 패턴을 활용해 보자.


4. 장르에 맞는 최적의 목차 구조를 선택한다. 책의 장르에 따라 목차의 뼈대 또한 달라져야 한다. 실용서가 문제-원인-해결책 구조를 따른다면, 교양서적은 개념을 단계별로 확장하거나 주제별로 분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장르에 가장 적합한 뼈대를 택해야 독자가 길을 잃지 않고 책의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


5. 내용을 함축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을 짓는다. 목차의 제목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은 광고 문구와 같다. '보고 방법론 1, 2, 3'처럼 건조하고 딱딱한 제목 대신, "왜 보고는 늘 오해를 부를까" 같은 질문형이나 "회의를 살리는 한 문장"처럼 구체적이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제목만 읽어도 다음 내용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아야 성공이다.


6. 독자의 몰입을 위해 내용의 강약을 조절한다. 책을 읽는 독자의 호흡과 몰입감은 목차가 결정한다. 어떤 장은 긴 호흡으로 깊이 있는 개념을 다루고, 또 어떤 장은 짧게 끊어 독자에게 잠시 숨 고르기를 허락해야 한다. 개념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면 그다음은 흥미로운 사례나 짧은 이야기를 배치하는 식이다. 마치 음악처럼 강약을 조절해야 독자가 지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책과 함께 할 수 있다.


7. 책의 정보 깊이와 범위를 목차로 명확히 보여준다. 목차는 책이 다루는 내용의 깊이와 범위를 미리 보여주는 창과 같다. 독자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수준과 깊이를 목차만 보고도 예측할 수 있도록, 너무 추상적이거나 너무 세부적이지 않게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독자의 기대치를 미리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8.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삭제하고 핵심만 남긴다. 완벽한 목차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계속 쓰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중복되거나 전체 흐름에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장이 발견된다면 과감히 덜어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주변 독자나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아 객관적인 시선으로 검토하는 과정도 거친다. 목차는 불필요한 군살을 빼는 다이어트 과정을 거칠수록 더욱 선명하고 날렵해진다.


9. 시각적으로 깔끔하고 통일된 구조를 완성한다. 마지막으로, 목차는 '보는 맛'도 중요하다. 제목의 계층 구조가 명확하게 보이고, 길이와 어투 또한 통일되어야 한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온라인 검색이나 오디오북 환경에서도 효과적인 제목과 흐름을 고려한다. 시각적으로 정돈되고 깔끔한 목차는 독자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선물한다.


지난 5월 출간한 『슬니멀라이프』의 목차 역시 이 원칙들을 토대로 만들었다. 단순한 집 정리법을 넘어 ‘나다움 찾기’라는 목적과 독자를 먼저 정의했다. 그 위에 다섯 개의 큰 장 ‘비워봄, 쉬어봄, 돌아봄, 살아봄, 글써봄’을 세워 뼈대를 잡고, 흩어진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묶었다.


제목은 ‘비워봄’처럼 부드럽고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지었고, 각 장의 길이와 톤을 조율해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 했다. 매력적인 글감이라도 흐름에 방해가 되면 과감히 덜어냈다. 그 과정에서 내용의 깊이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목차는 단순히 책의 내용을 보여주는 목록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의 의도가 응축된 설계도이자, 독자를 가장 깊은 곳까지 이끄는 정교한 지도다. 단단한 목차가 있을 때 책은 독자의 손에서 살아 숨 쉬며, 세상에 선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니 이제 묻고 싶다. 당신의 목차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그 목차가 책의 성공을 좌우할 심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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