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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제목의 5가지 비밀

by 이소희

제목 때문에 한 번쯤 머리를 싸맸던 경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드는 제목 하나를 찾기 위해 밤낮을 고민하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제목 뒤에는 독자의 눈길을 붙잡기 위한 치밀한 전략과 글쓴이의 깊은 고심이 숨어 있다.


왜 어떤 제목은 단번에 시선을 끌고, 어떤 제목은 기억조차 남지 않을까? 성공하는 제목에는 특별한 공식이 존재하는 것일까? 지금부터 서점에서 수많은 책 중 단 한 권을 선택하게 만드는, 제목의 5가지 비밀을 살펴본다.

독자들이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요소는 제목이다. 줄거리나 주제보다 먼저 제목에서 첫인상을 받는다. 특히 온라인 서점이나 모바일 화면처럼 작은 공간에서는 제목 몇 글자가 전부일 때가 많다. 결국 그 짧은 한 줄이 독자의 선택을 좌우한다.


좋은 제목은 단순한 감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독자에게 어떻게 닿을지, 어떤 감정을 건드릴지, 눈에 잘 띄게 하려면 어떤 구조가 필요한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제목은 독자와 만나는 첫 문장이자, 책이 세상에 나오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작가를 괴롭히는 과제다. “제목은 곧 주제다. 제목이 끌려야 첫 문장을 읽는다.” 결국 제목은 독자가 책을 집어 드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1. 강력한 숫자의 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마흔에 읽는 니체』처럼 구체적인 숫자가 들어가면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고, 독자는 덜 부담스럽게 느낀다. 실제로 제목에 숫자가 포함된 콘텐츠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클릭률이 약 36% 높다는 조사도 있다. 숫자는 정보를 정량화해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가 신뢰할 만한 근거처럼 작동한다.


특히 홀수는 짝수보다 더 눈에 띈다. ‘오드 이펙트(Odd Effect)’라 불리는 현상으로, 홀수가 인간적인 느낌을 주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심리적 요인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숫자를 넣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구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2. 질문은 궁금증을 자극한다

의문형 제목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같은 책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도, 제목 자체가 하나의 질문이 되어 독자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질문은 독자에게 “이 답이 책 안에 있겠구나”라는 기대를 심어주고, 자연스럽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다만 질문이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정작 글 안에 답이 없다면 실망을 줄 수 있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되, 그에 걸맞은 답을 충실히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3. 감정은 마음을 움직인다

『미움받을 용기』는 모순적이면서도 강렬한 제목으로 독자의 감정을 흔든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처럼 극단적인 감정과 일상의 소소함을 함께 담은 표현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또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사랑과 위로라는 보편적 감정을 직접적으로 건드려 공감을 이끌어낸다.


사실 독자는 정보보다 감정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 불안, 설렘, 분노, 용기 같은 감정 신호가 제목 속에 담기면,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4. 검색과 연결되는 제목

사람들이 실제로 검색할 만한 단어를 제목에 담을수록 책이나 글은 더 많은 독자에게 닿는다. 검색 엔진은 제목을 가장 먼저 읽고 내용을 파악하기 때문에, 제목 속에 핵심 단어가 있으면 검색 결과에서 더 위쪽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 팁: 블로그나 전자책처럼 온라인에서 읽히는 글은 제목이 곧 검색어다. 네이버 키워드 도구, 구글 트렌드 등 검색량 분석 도구를 활용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단어를 제목에 포함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5. 길이의 감각

제목이 너무 짧으면 뜻이 모호하고, 너무 길면 기억하기 어렵다. 출판계에서는 한글 제목을 보통 10자 안팎으로 권한다. 필요하다면 부제를 붙여 내용을 보완한다.


실제 베스트셀러에서도 이 방식은 흔하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냉담한 현실에서 어른살이를 위한 to do list』처럼 본제는 짧고 강렬하게, 부제는 책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풀어주는 식이다. 반대로 『세이노의 가르침』처럼 본제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다.


즉, 짧고 인상적인 본제와 필요할 때 보완하는 부제의 조합은 독자의 눈길을 끌면서도 책의 성격을 분명히 보여주는 안정적인 방식이다.


나는 평소 매력적인 책 제목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좋은 제목을 접할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표현을 즉시 기록해 두고, ‘왜 이 말이 나를 붙잡았을까?’ 자문하며 구조와 말맛을 곱씹는다. 이런 분석은 제목의 원리를 몸에 익히게 하고, 실제로 내 글의 제목을 짓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작은 메모들이 쌓여 새로운 목차나 제목 아이디어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좋은 제목은 글 속에 숨어 있을 때도 많다. 글을 쓰다 보면 마음을 붙드는 문장이나 핵심을 정확히 짚어주는 구절이 있는데, 그것을 꺼내 제목으로 삼으면 글과 제목이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글이 막힐 때는 임시 제목을 붙여두는 것도 방법이다. 완성 후 다시 읽으며 고르는 제목이 훨씬 자연스럽게 나온다.


결국 제목은 번쩍이는 영감이 아니라,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속에서 천천히 다듬어지는 결정체다. 독자를 사로잡는 한 줄은 그렇게 오랜 고심 끝에 비로소 세상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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