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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Feb 26. 2024

도쿄미술여행 '키스해링'

도쿄에서 터기음식 먹는 사람


마티스 전시를 보고 나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이상하게도 골목길에서 큰길까지 가는 동안 음식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집에서 밥을 먹고사나? 우스갯소리를 하며 큰길까지 한참을 지나고서야 식당이 눈에 들어왔지만, 너무 한산해 보이는 식당과 중국 음식점처럼 취향이 아닌 식당만 나왔다. 한참을 서서 전시를 보고 나니 다리도 아프고 그냥 다음 식당이 나오면 무조건 들어가자 해서 들어간 곳이 터키 식당이었다. 첫날은 이탈리안 식당에서 이번에 터키 식당으로 굳이 일본에 와서 일본 음식을 안 먹으려 한 것도 아닌데 또 이렇게 되어 버렸다.


식당 안은 테이블 4개가 전부인 작은 식당으로 사장님이 혼자 요리도 하고 서빙도 하며 분주하다. 몇 분이 지나자 터키 사장님이 준 메뉴판을 보며 케밥 라이스와 케밥 피자를 시켰다. 고기가 엄청 푸짐한 케밥 라이스 위에 살짝 고추장을 넣어 가며 먹으니 한국 비빔밥과 비슷한 맛이 난다. 피자는 바로 구워 바싹하고 신선한 야채와 아끼지 않은 고기덕에 먹어본 것 중에 단연 최고의 맛이었다. 기대감 없이 들어간 식당에서 커다란 만족감으로 점심을 마쳤다.


다음 일정은 롯폰기에 위치한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도쿄 모리미술관이다. 배가 부른 덕에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미술관까지 걸어가니 20여 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키스 해링 : 거리로 예술을 가져오다


두 번째 전시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도쿄 모리미술관이다. 53층에 위치해 2003년 개관해 현대미술품을 전시하면서도 사진촬영이 가능한 대중 친화적인 미술관이다.

모리미술관에서는 2023년 12월 9일부터 2024년 2월 25일까지 밝고 팝적인 이미지로 전 세계인의 사랑받는 키스 해링(Keith Haring) 전이 개최되고 있다. 해링은 198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지하철역과 거리에 그림을 그려 일상생활에 예술을 전파한 작가다. 

이번 전시는 초기 지하철 드로잉부터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아이콘', 조각, 포스터 등 6m에 달하는 대형 작품을 포함해 약 150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해링은 1958년부터 1990년까지 30년 남짓한 짧은 생을 살았으며 10년 정도 작가로서 활동했어도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작가다. 80년대 뉴욕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볼 수 있는 전시로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모리미술관 홈페이지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신념으로 핵무기 포기, 성적 소수자의 커밍아웃, HIV/AIDS 예방을 위한 안전한 성관계 등 예술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중 가장 상징적인 것은 Herring이 죽을 때까지 그리려고 했던 모티브인 빛나는 아기다.


아이콘, 1990 모리미술관 홈페이지




뉴욕 지하철역에 그림을 그려 경찰에 체포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그의 예술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해링의 그림은 성별 인종 나이를 알 수 없는 캐릭터들이 춤을 추거나 꼭 껴안거나 하트를 띄워 사랑스럽다. 


칙칙한 일상을 살아가는 뉴욕 시민들에게 헤링의 그림은 활력소 되었고 키스헤링이라는 이름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1980이 년 토니 샤프라지 갤러리에서 헤링의 개인전이 열리면서 스타 예술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유명해지면서 해링의 그림값이 올라가자,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꿨던 해링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팝샵을 열고 티셔츠나 스티커, 포스터 같은 굿즈 상품을 팔았다.

예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람들이 굿즈를 통해서 그의 예술을 소비하며 즐길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진짜 작품은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예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작품에 감동받은 사람들이 쉽게 굿즈로 만족할 수 있게 된 건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진짜 작품은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은 모순적 이야기다. 


여행이란, 마치 다음 생에서가 아니라 이 생에서, 다른 생을 살아보는 일이라고 유성용 작가는 말했다. 너무 멋진 말이라서 메모를 하고 여행을 가야 할 구실을 만들며 자주 떠난다. 이번생에 봐야 할 미술전을 보러 가야 한다는 이유로 또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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