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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소설) '소방서의 낡은 서류' 1화
1화. 화재
by
이작가야
Sep 24. 2024
1화. <소방서의 낡은 서류> 화재
“불이 났어요! 빨리 와주세요! 여기 위치가…….”
처음 신고를 받은 건 자정 무렵이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소방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 보고서는 뭐지?’
신고가 들어오기 1시간 전.
난 당직실에서 연거푸 하품을 싸질렀다. 원래대로라면 집에서 편히 자고 있을 텐데……. 하필 당직이 꼬이는 바람에 사흘 연속 밤을 지새우는 꼴이라니.
누구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사고가 밤낮을 가리느냐고. 소방관이라면 당연히 밤에도 일해야 한다고. 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소방관도 사람이다. 잠을 자지 못하면 일을 하지 못하는 법이다.
“아아, 눈을 좀 붙일까.”
커피를 마셔도, 세수해도 잠이 깨지 않았다. 이럴 땐 쪽잠이라도 자는 게 상책이다.
“그래. 딱 10분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똑딱, 똑딱.
당직실에 걸린 괘종시계바늘 소리가 거슬렸다. 짜증이 솟구쳐 미간을 구겼을 때, 괘종시계가 댕댕 울렸다.
“으아- 1시간을 잔 거야?”
기지개를 켰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바람에 온몸이 뻐근했다. 목과 허리를 이리저리 돌려 풀었다. 문득 책상 한편에 놓인 서류 하나가 눈에 들었다.
“이게 뭐지?”
색이 바랜 낡은 서류였다. 안을 보니 하얀 종이가 누렇게 떠 있었다. 못해도 수십 년은 먹은 듯했다.
“이게 왜 당직실에 있어? 잠든 사이에 누가 들어왔나?”
순간, 선배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마 자는 나를 골려주려고 옛날 서류를 옆에 올려두었을 것이다.
“하, 큰일 났다. 혼나겠는데, 이거.”
서둘러 당직실을 나서려고 할 때였다. 서류 속, 누런 종이에 수기로 적힌 내용이 비쳤다.
“잠깐만. 사건 보고서 같은데.”
난 사건 파일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일자가 지워져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었지만, 이 동네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임은 확실했다.
“모년, 모월, 모시……. 무용학원의 화재.”
*
[낡은 보고서]
무용학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시각은 12시 05분. 3분 내로 준비를 마친 대원들은 소방차와 응급차에 올라탔다. 다행히 새벽 시간이라 차량이 적었고 이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12시 13분, 현장에 도착했다. 불길이 워낙 거세 근처에도 가기 힘들 지경이었다. 우리는 호스를 꺼내 진화작업을 시작했다. 소방차의 물탱크를 다 비웠음에도 불길은 잡히지 않았다.
그때, 내 등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저 안에 사람이 있어요.”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아 되물었다.
“사람이 있다고요? 확실해요?"
“확실해요. 저기 보세요. 아이들이 아직 춤을 추고 있잖아요.”
*
이상한 보고서였다. 보고서의 틀을 무시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용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불이 났는데도 아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고?”
보고서를 넘기려던 때, 사이렌이 울렸다. 선배 소방관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야, 뭐해?! 신고 들어왔어! 빨리 준비해!”
“아아……. 네!”
난 낡은 보고서를 책상 위에 대충 얹어두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지금 소방차에 타 있다. 슬쩍 선배에게 물었다.
“저, 선배님. 지금 어디로 출동하는 겁니까?”
“아까 방송 못 들었어? 사거리 지나서 있는 2층 상가잖아.”
“2층 상가라면…….”
“왜 있잖아. 예전에 무용학원 자리. 그러고 보니 무용학원도 화재로 사라졌잖지 않나? 이거 참 신기하네.”
멀리서 불길이 보였다. 얼핏 봐도 대형화재였다. 도착하자마자 호스를 잡고 물을 뿌렸다. 온몸이 땀에 젖었지만, 힘든지도 몰랐다. 워낙 긴박한 상황이라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가 된 듯했다. 정신없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속삭였다.
안에 사람이 있어요.
물이 뿜어지는 호스를 잡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 난 정면을 바라본 채 물었다.
“사람이 있다고요? 정말입니까?!”
네. 저기 보세요. 아이들이 춤을 추고 있어요.
뭐? 춤을 추고 있다고? 곧바로 1층 상가를 훑었다. 불길만 가득했다. 그럼 그렇지. 이 불길 속에 사람이 춤을 출 리가…….
“서, 선배님!”
내가 다급하게 외쳤다. 선배가 대답했다.
“왜?!”
“사람! 사람이 있어요!”
“무슨 말이야? 사람이 어딨어?!”
“저, 저기! 2층! 2층 창문에!”
“뭔 소리야?”
“학생들이 춤을 추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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