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소설) '소방서의 낡은 서류' 2화

2화 춤을 추는 아이들

by 이작가야


2화. <소방서의 낡은 서류> 춤을 추는 아이들



안 된다고 말리는 선배들의 말을 뿌리치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을 때 깨달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난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이미 늦은 듯했다.

쾅!

뜨거운 화염으로 인해 철골이 휘었고 내가 들어온 입구는 그대로 허물어졌다. 꼼짝없이 불타는 건물 안에 갇힌 상태였다.


“콜록, 콜록! 이대로 가다간 타 죽거나 건물이 무너져 죽거나 둘 중 하나야.”


급한 대로 무너진 철골과 목재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아악! 뜨거워!”


두툼한 장갑을 끼고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화상 때문에 물집이 잔뜩 잡혔을 터였다. 이런 불길 속에선 아무리 방화복을 갖추고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어떡하지? 미치겠다, 진짜!”


쾅!

입구가 또 한 번 무너져 내렸다. 반사적으로 건물 안쪽으로 몸을 피했다. 불은 내 머리와 등에 붙어 일렁였다. 난 버둥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여기 옥상이 있지 않을까? 차라리 옥상에서 뛰어내린다면…….’


계단을 오르자마자 희망은 무너졌다. 이미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은 반쯤 무너져 있었다. 난 그나마 안전할 것만 같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끼익, 쿵!

철로 된 손잡이였음에도 뜨겁지 않았다. 그리고 방금까지 내 주위를 휘감았던 불길이 사라졌다.


“여긴 뭐야?”


깔끔하게 정리된 바닥과 한쪽 면이 거울로 가득 찬 내부. 공연을 위한 연습실이었다.


“왜, 왜…… 여기만 불에 안 타고 있는 거지?”


툭-

연습실 중앙으로 익숙한 실루엣이 떨어졌다. 소방서 당직실에서 보았던 낡은 서류.

홀리듯 다가가 서류를 펼쳤다. 내가 읽었던 첫 장은 찢어져 나간 상태였다. 바로 두 번째 장이 보였다.


*

[낡은 보고서]

신입 소방관이 장비를 챙겨 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우리는 그를 말렸지만, 힘이 어찌나 센지 막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다 죽는단 말입니다!”


그게 신입의 마지막 말이었다. 지옥과도 같은 화염으로 뛰어든 신입은 그 자리에서 온몸이 녹아내렸다. 몇몇 대원들은 끔찍한 광경을 보고 그대로 주저 앉았다.

우린 그 순간까지도 의문을 가졌다. 신입은 도대체 무얼 보았단 말인가. 화재 진압 후, 아이들의 시신은 찾을 수 없었다. 오로지 다 타고 남은 신입의 뼛조각만 그을린 흙더미 속에 파묻혀 있을 뿐이었다.



*

서류를 들고 있던 손이 떨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음악 소리가 들린다. 아름다운 오르골 소리. 단조로운 음에 점점 화음이 붙는다. 그리고 콩콩, 누군가 연습실 바닥을 발로 두드린다.


“아이들이…… 정말 있었어.”


벽 하나를 다 채운 거울에 내 모습이 비쳤다. 그리고 내 뒤로 다섯 명의 아이들이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말도 안 돼.”


거울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아이들이 사라졌다. 다시 거울로 눈을 돌리자, 무용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그 뒤에 있는 널찍한 창문에선 햇살까지 내려왔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다시 몸을 학생들에게로 향했다. 역시나 학생들은 모습을 감췄다. 대신 불에 타 허물어진 외벽만 자리할 뿐이었다.


“어어……?”


내 몸이 휘청댔다. 그제야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파고들었다. 흘러내린 살점과 함께 방화복이 끈적하게 덜렁댔다.


“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에 맞춰 내 팔, 다리가 흔들렸다. 다시금 오르골 음악이 들렸다. 음악은 점점 더 고조됐다. 환영인지 무엇인지 모를 학생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춤을 추고 있었다. 고조되는 음악에 맞춰 팔, 다리, 머리…… 온몸을 쥐어짜듯 흔들어댔다.


“춤이 아니었어…….”


나도 학생들과 같은 동작을 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춤추는 듯한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절대 춤이 아니었다. 그것은 피부가 녹아내리는 고통에 의한 몸부림이었다.


“아악! 살려줘, 살려줘…….”


내 비명 위로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렸다.


히히, 히히히-


학생들의 웃음소리.


이제 우리와 같이 있자. 함께 춤을 추자.


콰과광!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난…… 몸이 사라졌다.



*

아무도 없는 소방서 당직실.

책상 위에 낡은 서류가 스스로 펼쳐졌다.



*

[낡은 보고서]


모년, 모월, 모시.

2층 상가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이곳은 과거 무용학원이 있던 자리로…….

(중략)

춤을 추는 아이들이…….

(중략)

한 신입 소방관이 안으로 달려 들어갔고, 그대로 건물이 무너졌다.

(중략)


낡은 서류가 닫혔다.

표지에 붉은 글씨가 적혔다.


우리와 같이 있자. 함께 춤을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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