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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Oct 17. 2024

<공포 소설> '섬 집 아기'

이상한 동요



<섬 집 아기>

-이상한 동요



*이야기의 모든 내용은 허구도 진실도 아니다. 어느 누군가의 속삭임일 뿐이다.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다.     

 내가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이야.     

 8월의 무더위 속에서 우리 가족은 거실에서 함께 잤어. 에어컨이 거실에 있어서 방은 찜통이었거든. 그래서 밤만 되면 옹기종기 모여 티브이를 보다가 잠들곤 했지.

 그날은 납량특집 드라마를 했었어.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했던 나는, 잠이 오는 것을 겨우 물리쳐가며 드라마를 봤어.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아. 새어머니가 아이를 죽이고 아이 귀신이 새어머니에게 복수를 하는 거였나? 진부하기 짝이 없었지.

 그때 배경음으로 깔린 게 동요 ‘섬 집 아기’였어. 섬 집 아기는 다 알지?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하는 동요 말이야. 무서운 이야기에 단골로 나오는 노래잖아. 아무튼 드라마가 끝날 때쯤 그 동요가 나왔어.     

 언제 잠에 들었을까. 화장실을 가고 싶은 마음에 눈이 떠졌어. 티브이는 꺼져 있고 가족들 모두 잠들어 있었지. 화장실에 가며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조금 넘었더라고. 볼일을 보고 다시 누웠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어. 그래서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켰지. 밤새 게임이나 하려고.

 그런데 말이야. 이상하게 섬 집 아기 노래가 자꾸 떠오르는 거야.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뭐에 쓰여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왜 그랬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내가 막 입으로 흥얼거리려는데 음이 생각이 안 나. 왜 그런 것 있잖아. 생각날 듯 말 듯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거.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에 검색했어. 생각나는 가사를 대충 치니까 바로 나오더라. 그리고 노래를 다운로드했지. 당시만 해도 블로그를 통해 손쉽게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었거든. 그래서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어. 전주가 흐르고 노래 가사가 나왔을 때 답답함이 싹 가시더라. 난 기쁜 마음에 따라 불렀지.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첫 소절을 흥얼거리는데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분명 방에 나 혼자 있는데 누군가 같이 있는 느낌? 혹시 엄마가 깼나? 열린 방문 사이로 거실을 봤어. 가족들 모두 잘 자고 있더라.

 난 살짝 얼어붙은 채로 두 번째 소절을 불렀어.


 “아기는 혼자 남아…….”


 그래, 난 딱 여기까지 불렀어. 무서운 마음에 더 부를 수가 없었으니까. 묘하게 내 목소리 말고 다른 목소리가 들렸거든.

 그렇게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는데, 내 바로 뒤에서…….


 “집을 보다가…… 파도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섬 집 아기의 남은 소절을 부르고 있었어. 난 굳고 말았어. 몸이 덜덜 떨려왔지. 그때, 아이가 노래를 뚝 멈추는 거야.

 그리고 피식, 피식하면서 웃음 참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노래 들리지?”


 난 그대로 기절했어.

 새벽 6시쯤인가 동생이 책상에 엎드려 있는 나를 깨웠어. 비몽사몽으로 눈을 떴는데, 컴퓨터에선 여전히 섬 집 아기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어. 반복 재생이 됐던 거야. 기분이 더러웠어. 새벽에 들었던 아이의 목소리가 떠올랐거든. 바로 음악 파일을 삭제하고 컴퓨터를 껐어.


 그날 오후, 집에 혼자 있던 난, 친구들과 채팅을 하며 새벽에 겪었던 일을 떠벌렸어. 귀신의 소리를 들었느니 어쨌느니 하면서 정신없이 호들갑을 떨어댔지. 친구들 반응은 한결같았어. 헛 걸 들은 거라는 거야.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정말 내가 헛 걸 들었나 싶더라?

 그런데 한 시간 정도 채팅을 하고 있으니까 갑자기 뚝 하고 컴퓨터에서 나오는 음악이 꺼졌어. 집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지. 혹시 섬 집 아기 노래가 다시 나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에 오싹했어. 난 조심스럽게 미디어 플레이어를 확인했지.


“에이 씨, 뭐야.”


 난 허탈하게 웃었어. 그냥 플레이어의 재생목록이 끝난 거였어.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는 반복 재생 버튼을 체크해 놓아야 노래가 반복되거든. 아니면 마지막 노래가 끝나고 정지해. 난 다시 처음 노래를 클릭했어. 다시 노래가 나왔어. 별문제 없는 듯했지.

 그렇게 다시 채팅을 하려는데……. 느낌이 싸했어. 뭔가 이상하잖아. 내가 섬 집 아기 노래를 다운로드해서 들었던 건 새벽 2시 좀 넘어서였어. 그렇지? 새벽 6시에 동생이 날 깨웠을 때, 난 분명 섬 집 아기 노래를 듣고 있었어. 맞지? 도대체 난 어떻게 섬 집 아기 노래를 들었던 거야? 반복 재생 버튼이 안 눌려 있었잖아…….     저녁에 동생에게 물어보니 무슨 노래를 들었다는 거야. 신기한 건 새벽 4시쯤에 물 마시러 가면서도 노래를 들었대. 그때 왜 날 안 깨웠냐고 따지니까 게임하고 있겠거니 하면서 별 신경 안 썼다고…….

 내가 다시 물었어.


 “무슨 노래 들은 거야?”

 “그거 있잖아. 엄마가 섬 그늘에- 그거. 밤에 그 노래를 왜 들어? 무섭지도 않아? 그것도 새벽 내내. 똑같은 곡을 계속.


 뭐야. 그럼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야? 그리고 새벽 내내? 설마 그 아이가…… 밤새도록 내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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