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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Oct 13. 2024

<공포 소설> 위험한 장난

강령술




<위험한 장난>

- 강령술


 대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지방에 모 대학에 다니고 있던 터라 동기 둘과 함께 원룸을 얻어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다.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 어느덧 종강이 되었고 여름방학을 맞이하였다. 나와 친구들은 고향으로 바로 내려가지 않고 자유를 만끽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놀러 다니다 보니 돈이 궁해지고 말았다. 결국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열흘 만에 대부분의 놀이는 자취방의 술 파티로 이루어졌다.


 “오늘은 술 말고 다른 걸 하고 놀자.”     


 어느 날 친구 정석이가 제안했다. 나와 다른 친구 민수의 물음에 정석이가 말을 이었다.     


 “인터넷에서 본 건데 강령술을 해 보는 거야. 귀신을 부르는 놀이지.”     


 강령술이란 말에 나와 민수는 코웃음 치며 반대했다.     


 “재미없어. 술이나 마시러 가자.”     


 내가 딱 잘라 말하자 정석이는 금방 시무룩해진 표정을 지었고, 민수가 이를 달래주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술을 마셔댔다. 아침 해를 보고서야 잠이 든 나는, 다음 날 늦은 오후에 눈을 떴다.     


 “정석이 어디 갔어?”     


 정석이가 보이지 않았다.


 “아까 뭐 사 올 게 있다면서 나가던데.”


 먼저 일어나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던 민수가 답했다. 나는 해장국이라도 사 오지 않을까 하며 기대했고, 마침 정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손엔 검은 봉지 하나가 들려있었다.


 “뭘 사 온 거야?”     


 내 물음에 정석이가 씩 웃더니 봉지에서 작은 인형 하나를 꺼냈다. 무슨 인형이냐며 어이없어하는 나와 민수를 보며 정석이는 어제의 강령술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형 배를 가르고, 쌀 한 줌을 넣고, 피로 인형 입을 그려주는 거야. 그리고 소금으로 인형의 팔과 다리를 덮는 거지.”

 “야, 유치하게 진짜. 안 한다니까?”

 “한 번 해 보자. 내가 준비물 다 사 왔단 말이야.”    


 정석이는 차례로 소금과 쌀을 봉지에서 꺼내 들었다. 황당해서 민수를 보니 조용히 웃고 있었다. 내심 하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한숨과 함께 마지못해 승낙했다.

 우리 셋은 인형을 중심으로 빙 둘러앉았다. 잠시 후 정석이는 핸드폰으로 찍어 둔 스샷을 보며 의식을 시작했다.


 “배를 가르고, 쌀을 넣고…… 소금을 팔‧다리 위에 얹고…….”

 “소금은 왜 얹어?”

 “강령술이 성공하면 인형이 움직이거나 사라질 수도 있대. 그럼 돌이킬 수 없으니까 묶어 놓는 거지.”


 정석이는 설명하며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얘가 이런 쪽을 좋아했었나? 하는 의문이 들 때 정석이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피를 내야 하는데 어쩌지?”

 “네가 해.”

 “아플 것 같은데.”

 “네가 시작했잖아.”


 정석이는 칼로 약지 손가락을 살짝 베어냈다. 그리고는 과한 엄살을 피며 겨우겨우 인형의 입을 그려주었다.


 “자 이제 모두 눈 감아. 내가 20을 셀 때까지 뜨지 마.”


 우리 모두 눈을 감았다. 정석이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중얼 내뱉더니 숫자 20까지 천천히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처음에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숫자 열하나가 넘어갈 때부터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누군가 귓가에 어른거린다고 해야 하나? 바람을 분다고 해야 하나?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기분 나쁜 느낌인 것은 확실했다. 어느덧 숫자를 다 센 정석이가 이제 눈을 떠도 된다며 입을 열었다. 나와 민수는 약속이라도 한 듯 천천히 눈을 떴다. 적막이 감돌았다. 그 가운데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에이, 뭐야!”


 정석이의 아쉬움 섞인 탄식이 적막을 걷어냈다. 인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럼 그렇지, 이런 미신에 뭐가 나타날 리가 있나. 다만, 형용할 수는 없지만, 자취방의 분위기가 미세하게 달라진 듯했다. 우리는 모두 그걸 느꼈는지 큰 소리로 욕을 해대며, 소금과 인형을 쓰레기통에 구겨 넣었다.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자.”


 내 말에 정석이와 민수도 나갈 준비를 했다. 달라진 분위기를 깨고자 요란하게 법석을 떨면서.

 그렇게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이었다.


 "어?"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정석의 머리를 가리켰다. 귓가의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옆에서 바람을 불어대는 것처럼 말이다.


 "왜 그래?“

 "방금 네 머리카락이 흔들렸어."

 "뭔 소리야?"


 정석이가 거울을 볼 때쯤 머리카락은 가라앉아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 있는 나를 보며 민수가 쫄보라 놀려댔고 나는 민망함에 서둘러 자취방을 나섰다.

 며칠 후, 우리는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나는 집밥을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졌다. 초저녁에 잠이 들었고 기분 나쁜 바람 소리에 잠이 깨었을 때가 새벽 2시쯤이었다.


 “창문이 열려있나?"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확인하니 굳게 닫혀있었다. 에어컨을 틀어 놓아 어머니가 닫은 것이었다. 아직 잠에서 덜 깬지라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었을 때 기분 나쁜 바람 소리가 다시 들렸다.    

 쌔액- 쌔액-

 갑자기 공포가 밀려왔다.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였다. 소리는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그건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꼬마 아이의 장난 어린 웃음소리였다. 이윽고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 목소리가 들렸다. 완벽한 아이의 목소리가.


 “다 어디 갔어?”


 서둘러 방의 불을 켰다. 어둠이 사라짐과 동시에 아이의 소리도 사라졌다. 그날 나는 밤을 지새웠다.

 꼬마 아이의 웃음소리는 하루 이틀 만에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심해져 한낮에 길을 걸을 때도 들려왔다. 참다못해 정석이와 민수에게 연락을 했고, 얘기하고 보니 둘 또한 나와 같은 상황이었다. 특히 정석이의 상태가 심각했다. 매일 가위에 눌리는 탓에 잠은커녕 생활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인터넷에서 방법을 찾아냈거든?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나는 개학을 2주나 남겨 놓고서 자취방으로 내려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현관 옆에 놓인 인형이 보였다.     

 ‘인형은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인형이 마치 날 반기는 듯했다. 섣불리 들어가지 못하고 있을 때, 정석이와 민수가 도착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인형을 가운데에 놓고 둘러앉았다. 정석이가 조용히 말했다.     


 “그때 우리가 강령술을 성공했던 거야. 그렇게 귀신을 불렀으면 다시 보내야 하는데 그러질 않았어. 지금부터 귀신을 보내는 의식을 할 거야.”


 정석이가 차근차근 인형의 팔과 다리를 소금으로 덮은 채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나와 민수는 무릎을 꿇고 눈을 꼭 감은 채 간절히 기도했다. 그때 바람이 귓가에 스쳤다. 이내 찢어지는 웃음소리와 꼬마 아이의 외침이 들렸다.


 “돌아왔다, 돌아왔다, 돌아왔다……….”


 눈물이 맺혔다. 장난으로 한 짓이 이 정도로 커질 줄이야. 나와 친구들의 몸이 덜덜 떨려왔다. 정석이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그만 가주세요. 제발…….”


 꼬마 아이의 웃음소리는 계속됐다. 그리고는 다시 속삭이는 꼬마 아이의 음성.


 “불렀잖아, 불렀잖아, 너희가 불렀잖아….”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제발……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꼬마 아이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다. 바람 소리마저 거의 사라질 때, 꼬마 아이의 토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통통 튀어 나가는 발걸음 소리가 현관으로 멀어져 갔다.

 다행히, 그 이후로 꼬마 아이의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장난으로도, 안줏거리로도 이 이야기를 그 누구도 절대 꺼내지 않는다.

 난, 아니 우리는 아직도 그 아이의 토라진 목소리로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금방 돌아올게.” 


  우리가 했던 의식이 그 귀신을 다시 돌려보낸 것이 맞을까?

  혹시나 아니라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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