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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30. 2024

<공포 소설> '폐가'

폐가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이유



<폐가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이유>



*이야기의 모든 내용은 허구도 진실도 아니다어느 누군가의 속삭임일 뿐이다.


 어느 폐가의 이야기다.


 모 대학가, 술집.

 영한, 현수, 서희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셋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십년지기 친구들이었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현수가 입을 뗐다.


 “야, 폐가 갈래?”

 “학교 뒤로 넘어가서 있는 곳?”


 영한이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현수가 끄덕였다.


 “맞아, 너 가봤어?”

 “아니. 거기 사람들 많이 가긴 하더라고. 얘기만 들었지.”

 “우리도 가자.”

 “그럴까?”


 둘은 금방이라도 술집을 나갈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싫어. 무슨 폐가야.”


 서희가 딱 잘라 말했다. 평소 겁이 많아 무서운 거라면 질색이었다.


 “아, 왜- 재밌을 거 같은데.”

 “그래. 한 번 가 보자. 들어가지 않고 보고만 오는 거야.”     


 서희는 계속 거절했다. 그러나 둘의 끈질긴 설득에 일단 따라가기로 했다.     


 폐가 앞에 도착한 셋은 김이 샜다. 바로 앞에 산책로도 있고 사방이 뚫려 있어 음산한 분위기는커녕 경치 좋은 공원 같았다.     


 “에이, 별로 안 무섭잖아.”     


 현수가 툴툴거렸다.     


 “들어가 보면 무서울 수도 있지.”     


 영한이 말하자 서희가 기겁했다.


 “여길 들어가겠다고? 보기만 한다며!”

 “에이, 온 김에 들어가야지. 정 무서우면 서희 너는 밖에 있어. 나랑 영한이만 들어갈게.” 


 현수는 겁도 없이 폐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뒤로 영한이 따라 들어갔다.     


 “아이 씨……. 난 몰라.”     


 서희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 있긴 죽기보다 싫었다.


 폐가 안은 생각보다 좁았다. 조그만 거실 하나에 큰 방 하나만 딸려 있었다. 방 안에 낡은 장롱이 하나 있을 뿐 다른 것은 없었다.


 “뭐해, 봤으니까 빨리 나가자.”     


 서희는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현수와 영한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거실을 지나 방안으로 들어섰다.

 풀썩, 자리까지 잡았다.     


 “막상 들어오니까 분위기 사네.”

 “좋다, 좋아.”     


 둘은 서희의 말을 무시한 채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렸다. 서희로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지만 어쩌겠는가. 혼자 돌아가는 게 더 무서웠다.     


 “야, 무서운 이야기 하자.”     


 현수가 계속 말했다.     


 “무서운 이야기를 차례로 하다 보면 귀신들이 모인대. 자기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면서.”

 “오, 무서워, 무서워!”     


 영한이 엄살을 부렸다.     


 “야, 진짜 그만하면 안 돼? 아까부터 느낌이 이상해. 토할 것 같아.”     


 서희가 어깨를 감싸 안고 울먹였다. 그러나 현수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두려움에 떠는 서희의 모습에 재미가 들린 것이었다.     


 “자, 어때? 누구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할까? 내가 먼저 할까?”

 “그래, 다음은 나. 마지막은 서희.”     


 참 장단이 잘 맞는 둘이었다. 할 말을 잃은 서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쨌든 둘과 같이 나가려면 기다려야 했다.

 현수가 얘기를 시작했다.


 “관 이야기 알아?”

 “무슨 관?”

 “예전에 어떤 남자가 고향에 가려고 고속버스를 탄 거야. 중간쯤 가다가 휴게소에 섰고 남자는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점으로 갔지. 그런데 주차장 쪽에서 엄청나게 큰 손수레를 끌고 있는 할머니를 본 거야.”

 “오, 그래서?”

 “할머니가 안쓰러웠던 남자는 뒤에서 손수레를 밀어줬어. 할머니가 뒤를 쓱 보더니 말했지. ‘총각 고마워. 이 은혜는 꼭 갚을게.’ 남자는 괜찮다며, 당연히 도와드려야 하는 거라면서 손수레를 밀었지. 그런데 이게 보통 무게가 아닌 거야. 할머니 혼자서 이걸 어떻게 옮긴 거지? 의문이 들었어. 한참을 안간힘을 써서 미는데, 할머니가 앞에서 말했어. ‘이제 됐어. 관 하나는 비워둠세.’

 “관 하나를 비워? 그게 뭔 말이야?”

 “남자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어. 땀을 뻘뻘 흘린 채 버스로 돌아갔지. 아, 이런! 버스가 없는 거야. 할머니를 도와드리다 시간을 놓쳐버린 거지.”

 “아, 짜증 나겠다.”

 “그래도 뭐 어떡해? 기다려야지. 추가 금액을 내고 다음 버스에 타면 되니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평생 있을 수 없잖아? 남자가 식당으로 들어갔어. 밥 먹으면서 기다리려고. 때마침 식당 모니터에 뉴스 속보가 나왔어. 뭔가 하고 봤더니 버스 전복 사고였어.”

 “설마!”

 “설마가 맞아. 사고가 난 버스는 남자가 놓친 버스였어. 전복되고 불이 붙는 바람에 전원 사망이었지.”

 “대박, 그럼 할머니가 은혜를 갚은 거네.”

 “맞아. 그런데 더 소름 돋는 게 뭔지 알아?”

 “뭔데?”

 “아까 할머니가 뭐라고 그랬지?”

 “관 하나는 비워둠세……. 헐……?”

 “그 비워둔 관이…… 원래는 남자의 관이었던 거야.”


 현수가 무서운 얘기를 끝내고 웃었다. 자신의 이야기에 만족한 것이다. 영한은 소름 돋는다며 팔을 들이밀었다.

 서희는 별 반응 없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자자, 그럼 이제 내 차례.”


 영한이 말했다. 현수가 귀를 기울였다. 


 “어떤 엄마랑 아이가 인형 가게에 갔어. 아이의 생일이었거든. 엄마가 아이에게 인형을 고르라고 하는데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야. 엄마는 다른 가게에 가 보자며 나가려고 했지. 그때 아이가 ‘저거, 저거!’ 하면서 뭘 가리키는 거야. 그건 가게 구석에 거꾸로 매달린 피에로 인형이었어.”

 “오, 피에로 인형? 아주 흥미롭고 좋아.”

 “역시 무서운 얘기라면 인형이지. 아무튼, 엄마가 계산하려는데 가게 주인이 경고하는 거야. 저 피에로 인형이랑 아이랑 둘이 두지 말라고. 아니, 어떤 것이든 피에로 인형이랑 단둘이 놓지 말라고 말이야.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인형을 구매했지. 아이는 피에로 인형을 아주 좋아했어. 한 치도 떨어지는 일이 없을 정도로. 그러던 어느 날, 아이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어. 화들짝 놀란 엄마는 바로 병원으로 향했지. 마침 아이가 유치원에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어. 병원에 도착해보니 아빠는 그리 큰 사고를 당한 게 아니었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검사도 하고 입원 절차도 밟고 했지. 그런데 병원 검사가 좀 오래 걸려? 한참을 정신없이 병원에 있다 보니까 유치원에서 끝난 아이가 생각난 거야.”

 “아…… 혼자 집에 가면 안 되는데.”

 “그래, 엄마도 너랑 똑같은 생각을 했어. 무심코 가게 주인의 경고가 떠올랐던 거야. 아이랑 피에로 인형 단둘이 두지 말라고. 엄마는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갔어. 문을 열자마자 이상한 비린내가 났어. 엄마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 처음 맡는 냄새였지만 알 수 있었어. 이건 피비린내라는 것을 말이야.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방으로 들어갔어. 아이는 없었어. 다만 피에로 인형이 정 가운데 앉아있었어.”

 “으, 싫어.”

 “피에로 인형 입가엔 피가 잔뜩 묻어 있었어. 엄마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고. 피에로 인형의 목이 스르르 돌아갔어. 그리고 엄마에게 말했지. ‘또 둘이네?’”


 현수가 무섭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서희는 말이 없어진 지 오래였다.


 “야, 이 정도 무서운 얘기 했으면 귀신 오고 남았어야 하는 거 아니야?”


 영한이 한껏 분위기를 잡으면서 말했다.

 

 “그러게. 뭐 느껴지는 거 없어?”     


 현수가 답하고는 되물었다.     


 “전혀. 너는?”

 “나도 없어. 그럼 무서운 이야기를 더 하면 되지!”     


 둘은 다시 시시덕거리다가 서희를 보았다. 아까부터 얼굴을 파묻은 채 요지부동이었다. 무서움에 몸이 굳어버린 것일까? 미동조차 없었다.

 이상함을 느낀 현수가 서희에게 다가갔다.     


 “서희야, 괜찮아? 그만 나갈까?”     


 서희가 침묵을 지켰다.     


 “아무래도 많이 무서운 것 같은데. 그만 나가자.”     


 이번엔 영한이 말했다. 여전히 서희는 움직이지 않았다. 묘한 느낌에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절이라도 한 건 아닐까 걱정됐다.     


 “내 차례지? 무서운 이야기.”     


 서희가 말했다.

 현수와 영한이 안도했다.


 “뭐야, 기절한 줄 알았잖아. 근데 서희 너 무서운 이야기 알아? 무서운 거 싫어한다며.”

  

 현수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서희는 일정한 톤으로 말을 이었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귀신들이 찾아온대.”

 “그거 우리가 처음에 한 이야기잖아.”


 영한이 비웃었다.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대충 이야기를 하는 것이리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뒷내용이야.”

 “뒷내용?”

 “귀신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어. 그런데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야. 그럼 어떻게 될 거 같아?”

 “글쎄…….”


 현수와 영한은 골똘히 생각했다. 귀신이 찾아왔는데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서희가 무릎에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들었다.


 “많이 화가 나. 죽이고 싶을 정도로.”


 서희의 눈이 검게 뚫려 있었다. 그곳에선 끊임없이 피가 터져 나왔다. 현수가 비명을 지르며 방을 뛰쳐나갔다.


 철컥-


 폐가의 문이 잠겼다.


 “사, 살려줘…….” 


 서희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가지 마…… 내가…… 정말 무서운 이야기를 해줄 테니까…….”


 영한의 눈을 파버린 서희는, 겁에 질린 현수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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