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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에도 ‘연민’이 필요한 이유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감정이 있다면,그건 어쩌면 사랑보다 깊은 ‘연민’

by 담연

“미안해.”


잠들기 전,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각자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평소처럼 이쪽 저쪽으로 몸을 돌려가며 편한 자세를 찾고 있었고,
그런 나를 향해 남편이 갑자기 조용히 말했다.
“미안해.”


문득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점심에 아이를 데리고 외출해 식사를 하던 중,
아기에게 밥을 먹이는 일에 왜 도와주지 않느냐며 내가 다소 날카롭게 말했던 그 장면.
그 일 때문인가 싶었다.


“그 일 때문이야?”
나는 무심히 물었다.
남편은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라고 했다.


그 순간,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쓰였다.
의아함이 자꾸 남았다.
그가 왜, 갑자기 사과를 한 걸까.


조금 있다가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진짜 왜 미안한 건데?”


남편은 나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미안하고, 고마워.”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마음 깊은 곳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그의 감정과 진심이 어떤 말보다 더 명확하게 전해졌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을 회사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그 밤의 사과가 자꾸 떠올라 혼자 웃음이 났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내가 남편에게 느끼는 감정 역시 ‘연민’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주말도 없이 팀을 이끌고, 고객들을 응대하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남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모든 재정적 부담을 홀로 감당하고 있는 사람.
최근에는 감기에 자주 걸리고,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말하는 그를 보면
괜히 안쓰럽고, 미안하고, 고맙다.


“미안해.”
그 말은 남편이 나에게 건넨 말이었지만,
사실은 내가 매일 마음속으로 그에게 전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연민’이라는 단어를 부부 관계에 떠올려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부 사이에도 연민은 반드시 필요하다.


연민은 상대의 고단함을,
말하지 않아도 느끼려는 마음이다.
그 감정이 있어야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단단하게 아끼게 된다.


남편의 짧고 엉뚱한 사과 한마디는
내게 웃음을 주었고, 동시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 밤 이후, 나는 그를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남편의 시선으로 담긴 나와 아이의 평범한 일상. 그 속엔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아끼는지가 담겨 있었다.

“미안해.”

그 짧은 말 속에 담긴 진심은

고단한 하루 끝에서야 서로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했습니다.

부부 사이에도, 연민이라는 감정이 필요하다는 걸

요즘 들어 더 자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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