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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너에게 보내는 밤

어느 날의 너에게 -

by 담연


조금이라도 아픈 기색이 보이면

나는 숨을 멈추고

심장은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어디가 아픈 걸까, 무엇을 해줘야 할까—

말 못하는 너의 아픔이

내 마음을 헤집는다.


열을 짚고, 이마를 쓰다듬고,

아무 말 없이

너를 안고 방 안을 돈다.

오 킬로 쌀도 버겁던 내 팔로

열세 킬로의 너를 꼭 안고

나는 한 시간이든, 그 이상이든

기꺼이 너의 고요가 되기로 한다.


울음소리가 새벽을 깨우면

나는 잠에서 튀어나와

익숙한 발걸음으로

너의 방 문을 연다.

작은 등을 토닥이며 말하지.


“엄마야,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네가 안심하고 다시 잠들 때까지

나는 조용히 너의 다리를 주무르고

발끝을 감싼다.

혹시 자는 동안

작은 근육들이 아팠던 건 아닐까—

너의 아픔을 미리 알아채고 싶어

나는 끝없이 묻는다, 손끝으로.


하지만

언젠가는

너 혼자 아픔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

올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덜 자고, 더 안는다.

덜 쉬고, 더 토닥인다.


훗날 너의 곁에

내 손이 닿지 못하는 밤이 와도

너의 기억 한편 어딘가에서

이 밤을,

이 손길을,

이 속삭임을

기억해주길 바라며.


“엄마는 늘 곁에 있었단다.

언제나, 너의 아픔보다 가까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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