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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좀 아는 언니 Oct 10. 2023

선택 장애자의 뒤늦은 변신

늦었지만 오늘이 가장 빠른 날입니다.

삶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활은 매 시분초의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나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서부터 생활의 사소한 선택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선택하기를 회피하거나, 마지못해 선택을 하였더라도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고,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자괴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래서 선택을 하기가 더욱 두려워지는 선택장애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나는 선택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선택의 이유와 예상되는 결과를 따져야 했고 판단력 부족 등 능력에 대비하여 욕심은 커서 하나를 선택하는데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선택 장애자였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나, 선택으로 인한 이득을 따지면서 내 능력 밖의 것을 탐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내가 잘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아닌 것을 선택함으로 대상의 행위 자체,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는 좋게 나올 리가 만무하였던 것 같다.


나와 달리 선택을 매우 쉽게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자기 주관이 강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미련이 없으며 결과에 대해서도 크게 맘 상해하지  않고 흘려보내는 편이다.  Let it go,   빠른 결정으로 선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고 시간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나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을 선택하는가는 그 사람의 가치관을 대변한다. 지금까지는 스스로, 나의 삶에 대한 주관적 가치관이 없이 세상의 기대, 외부의 시선과 사회적 흐름에  따라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나의 욕망과 세상의 잣대 사이에서 선택의 순간 많이 어려웠던 것 같다.  


더욱이 내성적인, 드러내기 싫어하고 활동적인 것을 거부했던 성격은 좁은 선택지를 만들고 맘에 들지 않는 대안들로 인해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선택의 결과에 대한 거듭되는 좌절과 실패로 부정적 감정을 쌓아 왔던 것 같다.


이성을 중시하는 관념론적 이원론적 세계관에 매몰되어 학문탐구 등 정신적 활동을 우선하고 운동, 놀이, 몸에 관한 활동 등은 죄악(?) 시 여겨 왔다. 그러나 최근 몸과 감정과 이성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최근의 뇌과학 심리학 등의 연구 결과를 보니  편향된 관점이 얼마나 나의 발목을 잡았는지 왜 나는 그동안 괴로웠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자기 통제적 소극적 성격에 쉬는 날은 방콕 혹은 도서관이 일상이었던 내가, 오늘 시간이 나서 뭘 할까 선택지를 굴리던 중 도서관 대신 수영장을 선택했다. 예전 같으면  수영이 조금 더 당겨도 체력보다는 정신력이 우선이다라는 기나긴 갈등 끝에 도서관으로 향했을 터이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쉽고 명확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최근까지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 가지 활동의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마다 나름 의대리인이 등장하여 양쪽의 대차대조표를 만들고 장단점을 두고 저울질하여왔다, 요새는 수영장이 조금 우세하더니 오늘은 쉽게 수영을 선택하였다.  변화한 나의 태도에 대해 무엇인가가 크게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책을 읽게 되면서 이러한 건강한? 가치관으로 변화된 것으로 확신이 든다. 내가 한 것이라곤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시작한 것 말곤  달라진 것은 없으니까.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안에 가치관이 서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우선으로 두어야 할지 알고 있다는 말이다. 사회적 기대를 충족하고자 했던 수동적 가치관에서  자신의 고유한 판단으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가치관을 정립한다면 그 방향으로의 선택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늘 문득 선택이 쉬워지면서 무엇보다 나를 위한, 합리적이고 건강한 가치관을 가져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강한 가치관이란 물론 말 그대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을 추구하는 것, 옳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옳은 선택이란 다른 무엇이 아닌 나를 위한 진실된 거짓 없는 동기이고 그것이 무엇인지 찬찬히 둘러보았다.

 


첫째로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모든 것을 뒷받침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책 읽기도 체력이 기본이 된다는 생각이 들자 어떤 것을 우선으로 할지 명확하게 되었다. 매일의 식사처럼 매일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 육체적, 지적 효율성과 아웃풋을 위해서는 체력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사유이다. 수영을 하면서 예전보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가능해졌다. 디스크 환자였던 나에게 이런 변화는 나의 가치관을 변화시킬 중요한 단서가 된 것이다.



둘째는

나를 돌보는 가치관이 생겼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나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학벌, 직장, 집, 차, 옷 등  타인에 비친 내 모습을 감안하여 노력한다. 최소한 지금까지의 나는 그랬던 것 같다.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지 못해 뒤처질까 동동대고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꼈으며  운동은 노는 것,  시간낭비, 그리고 나중에 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하나라도 배우고 익히고 정보를 습득하고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이 나의 현재의 모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세 번째는

스스로의 임상 실험에 의해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판단이 가능하게 되었다. 오십을 살면서 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나의 시각과 관점이 우물 안 개구리와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원론적 세계관, 이성적이고 관념적적인 세계관에 갇혀 그것이 전부인 양 언젠가는 내가 그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아는 세계가 전부라는 편견은 그것은 내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함과 동시에 자기를 한계 안에 가두는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세계를 긍정하고 나를 가보지 않은 세계로 던져 놓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우리의 시간은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가고 에너지는 고갈되어 간다. 그러나 나는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마치 고갈되지 않는 것처럼 낭비하였다. 내 인생을 책임지는 프로가 아닌 후방에서 심부름만하는 아마추어처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묻기보다는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가 우선이었다. 그래서 나의 진짜 욕망과 보이는 나의 이미지 사이에서 갈등이 컸고 이는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결정장애는 내가 누구인지 질문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생긴다.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물어온 사람은 가치관이 명확하여 결정에 어려움이 없다. 모든 개인은 현재의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옳은 것을 결정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 내 몸이 원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각적으로 찾아서 선택하는 능력, 자기 결정력을 가지고 결정 장애를 극복해 나가리라! 그것이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방법이 될 것이다.







자기 결정성 이론(自起決定性理論, Self-determination theory, SDT)은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 1942년~)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 1953년~)이 1975년 개인들이 어떤 활동을 내재적인 이유와 외재적인 이유에 의해 참여하게 되었을 때 발생하는 결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남을 바탕으로 수립한 이론을 일컫는다. [1] 


자기 결정성 이론은 인간 행동의 통제 원천이 어디 있는가를 기반으로 하며 이 원천은 그 시작이 내면인가, 아니면 외부인가로 나뉜다. 이 이론은 인간의 동기가 개인 스스로 완전히 내적 통제(예: 흥미, 호기심)에 되었을 때 가장 높으며, 내적인 이유가 전혀 없이 순전히 외적인 통제(예: 강제, 강요)에 의해서 행동하게 되었을 때 제일 낮다는 명제를 기반으로 한다. 네이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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