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유연성에 관한 생각들
나는 선천적으로 매우 유연하지 못한 몸을 가지고 있어요. 100미터 달리기는 23초 정도에, 고교시절 무용점수는 전교 꼴찌였다면 조금 이해가 되시려나요?
요새 수영을 하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데 이렇게 선천적인 몸의 뻣뻣함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궁금해졌고 오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몸과 마음의 유연성이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요.. 그러자면 나의 몸과 신경이 생겨날 때 어떤 환경이었는지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아서 테이프를 뒤로 감기 해봅니다.
우리 엄마는 멘털이 털리는 강박적인 시댁살이를 했다고 해요
시집오자마자 엄한 시댁살이를 했는데요 그 시어머니라는 분, 그러니까 우리 할머니는 동네에서 소문난 깍쟁이라고 불렸답니다. 할아버지도 못지않았죠.. 사납기로 소문난 집안에서 제일 고집이 세고 불같은 성격으로 식구들 모두 숨죽여 살았다고 해요.. 두 분이 싸우시는 날엔 그냥 유혈이 낭자하여... 안 봐도 아시겠죠?
유순한 환경에서 자라 사회경험도 없던 처녀가 시집오자 호랑이 같은 시부모와 옆방에 기거하며 모든 일에 사사건건 통제와 간섭을 받았을 걸 생각하면 그 압박 수위가 상상이 되시나요? 70년대의 가부장적 분위기라 요새와는 많이 달랐을 거예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면서 얼마나 긴장을 하고 눈물을 쏙 뺏을지는 말할 필요가 없겠죠,, 게다가 우리 아빠는 부모님 말씀이라면 순종하는 마마보이였다고요.. 와이프가 어떤 상황인지 관심도 눈치도 없는 마마보이요..
이렇게 집안사람을 셀프 디스를 하게 된 것은 나의 신체적 뻣뻣함이 어디서 왔는지 오늘 문득 깨달음이 왔기 때문이에요
오늘 수영을 하면서 선생님께 또 한 말씀 들었답니다.
'그렇게 뻣뻣해서 어떡합니까. 몸에 힘을 빼세요, 그러니까 발에 쥐가 나죠...'
이게 강습날 매일의 레퍼토리랍니다.
나는 삼 형제예요 나, 두 살 터울의 여동생, 또 두 살 터울 남동생
지금 보니 제가 가장 운동신경이 없고 여동생은 중간이고 남동생은 운동신경이 매우 좋아요
이론적으로 짜 맞춰보니 셋째를 가졌을 때는 엄마는 그 환경에 익숙해져서 긴장도가 많이 낮아졋겟죠..
내가 첫째라서, 내가 뱃속에 있을 때 산모의 긴장도가 높아 몸이 뻣뻣하게 생겨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몸과 마음의 유연성이 연결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에요
그래서 더욱, 수영을 하면서 몸의 유연성을 키우게 되면 동시에 마음도 유연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솟구쳐요
선생님께 매일 꾸중을 들어도 저는 수영이 좋답니다.
체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상한 마음은 조금씩 치유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몸이 유연해질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마음근력도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것 같은 거예요
오늘은 이상하게도 기존에 글 쓰는 방식이 아닌 다른 문체로 다정하게, 솔직하게 글을 쓰고 싶어 졌어요
낡고 뻣뻣한 생각에서 벗어나 더 넓게 품을 수 있게,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있게
생각도 행동도 틀에 박히지 않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꺾이지 않는 유연함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들 하죠
하지만 우리의 정신이 깨어있는 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쌓여 언젠가는 통찰을 줄 것이라고, 인간은 가능성의 존재라는 것을 믿어요
첫째로 태어나 태생은 뻣뻣하였으나 부단히 자기를 극복하고자 하였다고..
그것이 인간 정신의 아름다움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