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 좀 아는 언니 Nov 06. 2023

나를 믿지 말고 시간을 믿자

시간의 힘을 믿는 삶의 지혜

살면서 조급한 마음에 과정에 집중하기보다는 빠른 시간에 해답을 얻으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조급증은 불안을 가져온다. 스스로 우월하다는 착각, 타인에게 비추는 모습과 능력에 대한 기대, 실패를 과정으로 보지 않고 인간적 결함으로 낙인찍는 경향성이 우리를 결과에 집착하게 하고 조급하게 만들어 불안한 심리 상태와 섣부른 행동을 하게 만든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의 틀을 인지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면 결과에 상관없이 오롯이 활동에 몰입하게 된다. 진리는 항상 역설적이다. 결과에 대한 집착으로 무리하게 되면 일을 그르치고, 느긋한 마음으로 그 일 자체에 몰입할 때 그 일의 본질에 더 빨리 다가가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선입견을 가지고 미리 판단하는 것 대신 마음을 열고 경험을 통해 과정을 체험하는 것이 그것의 속성을 온전히 알 수 있게 만든다. 즉 나의 존재를  다른 목적 없이 그 시간에 온전히 녹이고 시간의 힘을 믿는 것이다. 그 시간은 다른 생각 없이, 다른 목적 없이 나로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다.


수영을 하면서 나는 나의 마음을 내려놓고 시간을 믿기로 하였다.

하루하루 변화가 없고 발전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른 뒤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 순간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안된다고 조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연습할 때마다 물고문당하는 것처럼 괴로운 경험이지만 그 경험 자체에 온전히 몰입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결과는 자연스럽게 시간과 노력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좌절이나 스스로에 대한 자책 없이 말이다.


이론과 실제는 서로 보완하며 변증법적으로 완성에 이른다. 이론은 껍데기이고 알맹이는 실제 체험이다. 실제 체험이 없는 이론은 공허하고 무너지기 쉽다. 체험은 내가 투자한 온전한 시간을 통해 완성된다.


내가 예전처럼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내 몸은 더욱 경직되어 배움은 더욱 더디었을 것이다. 섣부른 판단과  조급증에 사로잡혀 생각은 몸을 저주하였을 것이고 몸은 더욱 반항적으로 반응하여 말을 듣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생각은 더 극단에 치닫게 되어 스스로를 무능함으로 몰아세우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를 비난하며 수영을 포기하는 패배자의 굴레에 빠지게 되었을지 모른다. 설령 포기 하지 않았더라도 연습하면서 괴로운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활동 자체가 아닌 결과에만 집중할 때 인지적 오류에 빠지게 되고, 그 일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고 나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게 된다. 시간을 허투루 쓰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있다. 시간은 다른 어느 것보다 소중한 자원이다. 물질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시간은 그렇지 못하며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


시간의 힘은 우리를 패배감에도 빠뜨리기도 하지만 우리를 강하게 하기도 한다. 단, 우리가 시간의 편에 있을 때에 한한다. 우리가 시간을 믿고  그 시간에 우리 진심을 쏟을 때, 즉 다른 목적 없이 그 자체에 몰입할 때, 우리는 그 시간을 전부 우리 것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다.


나의 편협함과 고정관념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거나,  온마음을 다하지 못하였음에도 근거 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면서 희망회로를 돌리는 파렴치한 생각과 조급증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극히 합리적이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시간을 믿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모든 것을 취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버릴 것과 취할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 시간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려놓아야 할 것은 나의 왜곡된 신념 체계이며  집중해야 할 것은 경험의 가치, 시간의 가치를 믿는 것이다. 나를 믿지 말고 시간을 믿을 것,  상식적으로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왜 그것을 모르고 살았을까?  그리고 시간을 반이상 다 써버린 시점에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을까?


남은 시간을 인지해야 한다. 시간을 더 믿어야 한다. 시간의 지혜에 맡겨야 한다. 양보다는 질, 아쉬운 만큼 우리가 시간을 더 믿고 합일하는 지점이 많을수록 시간은 충만해지며 그 영원성을 더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독거 중년 생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