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또 결심 : 독서
오늘도 도서관에 왔다.
독서를 습관으로 시작했을 때는 금세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변화는..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라고 했나 보다.
새해 벽두부터 독서의 결심을 아직 외치지도 않았는데 책태기가 왔는가 보다.
편치 않은 자세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의식을 집중하여 책을 읽어내는 지적 욕망은 어디서 오는가?
독서의 유익보다 독서의 고통이 더욱 크기 때문에 독서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쉽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매번 실패하면서도 또 결심을 한다.
올해 목표 역시 책 읽기다.
책을 읽으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책을 읽을수록 사람은 현명해지는가?
책을 읽을수록 사람은 겸손해지는가?
책을 읽을수록 사람은 행복해지는가?
답은 yes이기 때문에 독서는 만고불변의 목표가 되었다.
삼일 넘게 꾸준히 무언가를 하려면 동기가 있어야 한다.
책을 읽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끄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나는 그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고 생각은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을 반응시키므로 독서를 하면서 뉴런의 재배열이 일어난다.
재배열된 뉴런은 이후 나의 생각의 패턴을 바꾸고 바뀐 생각은 나의 감정과 행동을 변화시킨다.
스스로를 사랑해서 좋은 것을 주는 사람의 뉴런은 자신이 선호하는 모양으로 더욱 견고하게 조직화돼서 다른 사람이 된다.
변화된 내가 맘에 들면 책을 다시 찾게 된다.
이렇게 일생동안 돌고 돌아 선호하는 인격에 조금씩 가까이 가게 된다. 부익부 빈익빈의 효과다.
나의 경우 책 읽기의 동력은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헤르만헤세가 어떻게 인간의 성장을 응원하는지 궁금하고, 에리히 프롬이 이 시대의 인간성이 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제안하는지를 알고 싶고, 유바하라리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한번더 감탄하고 싶은 것이다.
문자가 발명된 이후 셀 수 없는 생각들이 기록으로 남았다. 인문학은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고 무엇보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많은 작가들이 스스로를 찾아가는데 어떤 길을 갔는지 알고 싶고 도움 받고 싶어 책을 읽는다.
길지 않은 인생에서 내가 가야 할 길을 찾는 빠른 길이 독서일진대
한 살 더 먹고 눈은 조금씩 더 침침해지는데 그 길은 아득하니 조바심이 나는 새해를 맞았다.
글을 쓰면서 도서관의 책들을 두리번 거리니 그들이 말을 걸어온다.
새책, 헌책, 작은 책, 큰 책 가지런히 얌전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책들은
자신들 모두 그러한 방황의 결과이고 인생이란 짧은 개인의 시간에서 정답을 알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책들은 우리와 동료가 되고 친구가 된다.
새해 첫날 나는 길을 잃은 듯 다시 한해의 방황을 시작하지만 주변에 많은 함께 걸어갈 친구들이 있어 든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