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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좀 아는 언니 Jun 01. 2024

퇴사자의 커밍아웃

글쓰기의 치유력을 믿으시나요?

퇴사한 지 1달이 넘었다. 퇴사 짤을 날리고 시원하게 탈출에 성공하여 24시간 오롯이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찐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나는 글을 쓸 수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없는 시간 쪼개서 글을 써왔는데, 이제 한없이 자유로워진 상황에서 왜 시작하기가 어려웠을까? 오늘 문득 그동안 쓰기를 놓고 있었던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면서 용기를 내 본다.


내가 퇴사를 선택한 표면적 이유는 나에게 있어 시간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고 생각해서였다. 20년 넘게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월급날 만을 기다리는 것에 몸도 마음도 지쳤고 길지 않은 남은 인생, 그리고 지금 지나면 오지 않을 이 순간들에 대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책 없이 뒤도 보지 않고 사직서를 던지고 자유인이 되었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의 고초와 모욕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니면 상대가 이별을 말할 것이 두려워 내가 먼저 관계를 끊어버리려는 열등감과 두려움에 불타는 심정으로 사직서를 날리는 그 순간의 나를 그렷는지도 모르겠다.


그 때문이었을까? 시원함과 더불어 뭔지 모를 상실감으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하루하루 내 시간과 호흡을 지탱한 구조가 사라지면서 아노미 상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의 열병을 경험했고 조금의 굳은살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야속했던 시간은 흘러 6월 1일이 되었고 나는 오늘 아침  새로운 달의 기운을 모조리 끌어모았다. 매일이 같은 날이지만 새달이 되면서 나는 나를 정비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나의 속을 찬찬히 돌아보고  글 쓰는 의식을 성대하게 시작한다.

 

내가 쓰지 못했던 이유는 내 마음속에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려움은 우리를 방어적 상태로 만들어 마음을 닫게 한다. 스스로 서야 한다는 두려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 지금까지의 사회적 관계와 상실에 대한 두려움 등 갑작스러운 변화로 내 마음속에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 그 두려움은 실체는 없지만 거대한 기운으로 무의식 속에서 나의 의지가 일하지 못하도록 관여하였다.

 

이 글을 쓰며 그 실체를 마주하기까지 나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쓰는 것에 대한 용기를 가지지 못했다. 오늘 나는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쓰는 것은 용기를 가지는 것이고, 두려움을 직면하는 것이고  자신을 치유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아픈 사람들은 자기를 드러내고 어디가 불편한지 이야기하고 인정하는 데서 치료가 시작된다. 인간의 마음도 말이나 글로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치유를 경험한다. 마음의 상황을 직면하고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부터가 치유의 시작이 된다. 내 안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내 의지를 가로막는 거대한 두려움과 회피의 무의식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 내가 가야 할 길에 집중하게 된다.





퇴사자에게 가장 많은 것은 시간이기도 하고, 달리 보면 가장 적은 것이 시간이기도 하다.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거나, 짜이지 않은 생활과 더불어 두려움과 조급함으로 시간의 노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4시간 나는 시간 부자다. 현명한 투자자는 한방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어서 현재 서있는 자리와 자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확고한 전략을 장착하고 실패에도 배울 수 있는 'guts'을 가지고 있다.


셀프 경영을 해 보겠다고 선언한 만큼 스스로에게 현명한 투자자가 되어 그 안에서 충만한 기쁨과 만족을 느끼도록 스마트해져야 한다. 실패와 과정의 가치를 더욱 중요시하는 growth mindset을 장착한 미래지향적 투자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사는건 정말 내 뜻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마음을 다잡고 한고비 넘겼다고 생각한 순간 나를 한편 더 절망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이른바 ChatGPT로 체험한 AI의 습격이었다 ㅠㅠ  직장이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라더니.. (AI 공부 좀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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