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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좀 아는 언니 Dec 19. 2022

가는 말이 고와야...

관계의 불문율, 삶의 불문율 

오늘 남동생과 조카의 대화를 듣고 잠이 번쩍 깬 이야기다.

동생과 아들인 초등 1학년 조카는 둘도 없는 친구다. 아기 때부터 애지중지 키워왔고 커가면서도 친구처럼 매일 즐겁게 깔깔거리며 노는 모습에 부모 자식 관계가 아닌 이상적인 친구 관계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초등학고 들어갈 때까지 큰소리 한번, 야단 한번 하지않고 키워온 것을 보면서 '요즘 아빠들은 참 대단하다' '어떻게 저렇게 아이에게 한결같이 잘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었다. 우리 어릴 적 아버지들은 아이들과 대화도 없고 아이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잘못된 훈계를 하는 등 부정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더욱 신기하게 다가왔었다.  


그런데 오늘 오전 조카의 등교를 도와주던 동생이 늑장을 부리는 조카에게 평소와 다르게 큰소리로 야단을 한마디 했는데,, 평소 예쁜 말만 하던 조카가 이를 받아치며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아기 때부터 무한 긍정 에너지를 장착한 조카에게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짜증 섞인 대답에 깜짝 놀라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아이가 물론 어린이집부터 초등학교 1학년까지 사회생활을 통해 반응 패턴을 습득할수 있으나, 이것이 인간에게 있어 자극과 반응의 기본 메커니즘이라는것에 적잔이 놀란것이 사실이다. 넘어지거나 다치고 불쾌한 상황에서도 사랑스럽게 웃는 얼굴과 긍정적인 표현만을 사용했던 아이였는데 오는 말이 거칠으니 아이도 그에 맞게 반응을 한 것이다.   




순간 관계의 제1 명제인 '내가 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대하라'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에게 불편하게 했던 사람들의 불친절과 퉁명스러움이 나의 퉁명스러움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것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미워했던 사람들에게 측은함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먼저 공격해놓고 방어했던 사람 탓을 하고 있었다.


관계의 제1 원칙은 타인뿐 아니라 나와의 관계도 포함이 된다. 나는 나에게, 나의 삶에 친절한 사람인가? 스스로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인가? 최소한 지금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잘못된 것을 들춰내고 어두운 면을 부각해서 보고, 공격하기에 바빴을지 몰라도, 치유하고 돌봐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여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관계의 제1원칙은 삶의 제1원칙이기도 하다. 내가 내 삶에 말을 걸고 반응하는 대로 삶은 나에게 대답할 것이다. 내가 나의 삶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때, 나의 삶 또한 나에게 호의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은, 인간관계까지도 상대성의 원리에 따른다. 절대적인 것은 신 밖에 없다. 인간이든 물리적 자연환경이든 관계든 모두 상대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인 원칙, 내가 전적으로 옳다는 착각,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은 저 멀리 우주로 보내버리고 부드럽고 유연하고 친절하게 내 삶에 말을 걸자. 그러면 내 운명도 나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아무리 그럴싸한 목적도 수단이 틀린 방식이면 달성하기 어렵고 달성한다해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틀어진 관계로는 사람을 움직이기도 스스로를 움직이기도 어렵다. 추운 몸을 녹일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먼저 건네는 용기를 장착하자, 그리고 이제는 다시 나를 쉬게 하고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고 좋은 생각과 말만 들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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