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과 팥, 존재의 소실

하루 한 편 day.7 <토마토를 먹고 사는 해파리>

by Gray

여름이 오면 살을 익을 것처럼 내리쬐는 태양을 맞으며

아지랑이가 피어난 거리를 걸었다



땀으로 미끈거리는 팔을 스치고

축축한 새끼손가락을 겹쳐 걸어두고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맞춘다



까득거리는 얼음을 투박하게 갈아서

달아빠진 팥 덩어리를 올린

팥빙수를 나누어 먹으며

얼어버린 서로의 입술을 닦았다



우리 할아버지는 양갱을 정말 좋아했어

동생들 몰래 혼자 먹으라며

손에 쥐여주셨다?

난 여전히 그때가 그리워



불투명한 유리창 밖으로

휘어지는 가로등

무채색의 하늘

눈먼 버스기사

너와 나

어색한 단어들의 조합



팥빙수집 벽에 붙은 거울 속엔

너는 없었고 나만 존재했다

그렇지만 나는 너의 손을 잡고 있는 걸



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에

거울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깨진다

부서진 유리 조각들이 어지럽게 흩어진다



아, 존재하지 않았던 건

네가 아니라 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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