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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이칠 Jun 18. 2023

불합격의 유형들

인사 담당자들이 봤으면 해요.

최근 다시 일을 시작하려 여기저기 지원하며 느낀 불합격 통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오랜만에 다시 하는 취업준비다 보니 불합격 통지 또한 새삼스레 느껴지는 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마케터라는 직무 아래에도 콘텐츠, 퍼포먼스, 브랜드 등등 다양한 갈레로 갈리며 기업에서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다양한 경험과 역량의 유형들이 있는데 지원 결과에 대한 통보 또한 기업마다의 여러 유형들이 있었다.

이 유형의 경우에는 직접 그 회사에 지원해보지 못했으면 알지 못했을 것들인데, 평소 호감을 갖고 저곳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오고 있었던 곳의 유형 덕분에 그 회사에 대한 호감은 물론 이미지마저 확 별로다 느껴진 곳도 있었다.


그렇게 직접 경험한 몇 가지 유형을 정리하고 이걸 혹여나 기업 인사담당자가 보게 되면 자신의 기업은 어떤지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해서 쓰는 글.

(통보의 내용 상에 '지원해 주어 감사하다',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다음 기회에 모실 수 있으면~' 등의 다르지도 않고 뻔하디 뻔한 미사여구 따위는 치워두고 다름을 느꼈던 부분 위주로)



불합격 유형 1. 사소한 차이.

모두가 자신이 가고 싶던 회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는 게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겠지만,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제일 괜찮게 여겨졌던 불합격 통보의 유형은 '사소한 차이'를 이유로 말해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의 채용 관련 내용들을 살펴보면 기업 내규 또는 가이드에 의해 불합격에 대한 피드백이 불가하다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나 또한 회사를 다녀본 입장에서 이 같은 방침이 십분 공감되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참으로 답답한 부분 중에 하나이다.


내 이력의 내용이 부족한 건지, 포트폴리오가 별로인 건지, 해외 경험, 어학 성적 등 어느 부분이 아쉬웠는지 혹은 문제가 되었는지 결코 알 수가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문제나 부족한 부분을 알아야 고치던 보완하던 무언가의 변화를 만들어 낼 텐데 그걸 알 수가 없으니.


혹은 불합격의 이유가 지원자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구조, 팀 내 직원들의 연차, 연봉 차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직무 관련 경험 등 회사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지원자 입장에서 회사 사정이라 추측하기엔 아무래도 불가한 부분일 테고.


이러한 여러 사정과 이유들이 섞여있는 불합격 통보 중 제일 '아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이해하게 되었던 통보는 '사소한 차이'를 이유로 말하는 통보였다.

'보내주신 정성스러운 이력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고민하였으나, 현재 담당 팀이 채용하고자 하는 직무, 경험에 사소한 차이가 있어 이번 기회에는 모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최근 받은 불합격 통보 중에 제일 상세한 이유를 곁들인 통보였기도 했는데 직무, 경험과 사소한 차이가 있다는 말에 다시 채용 공고를 살펴보았는데 채용하고자 하는 직무, 경험과 내가 어필한 경험 간의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진짜 지금 회사가 필요로 하는 역량과 당장에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역량에 조금 차이가 있겠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나마 어떤 이유에서 불합격이 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해 준 통보가 베스트. 아쉽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던 통보였다.

참고로, 이 기업은 국내 대표적 기업의 계열사 중 한 곳이었고 평소 갖고 있던 이미지에 더불어 더 호감적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불합격 유형 2. 의도치 않은 불편함.

예전에 취업준비할 땐 몰랐는데 최근 들어 이 표현을 쓰는 회사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확 느꼈다.

'지원 과정 중 저희가 의도치 않게 불편을 드린 점은 없었는지 마음이 쓰입니다.'

막상 지원서를 쓰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불편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그다지 없었음에도 혹여나 느꼈을지 모를 것들까지 신경 쓰고 있다는 표현에 불합격 통보를 보면서도 회사에 대한 이미지 자체는 더욱 상승했다.


회사의 구성원이 아님에도 지원자의 불편까지 신경 쓰는 곳이라면 내부의 불편과 복지에 더 신경 쓰고 챙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리고 이 표현을 쓴 곳 중에 한 곳에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어떤 이유 때문에 지금에 불합격 통보가 나가게 된 건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곳도 있었다.

참고로, 이 표현을 쓰는 기업은 국내 대기업 한 곳과 대표 기업 계열사였다.


불합격 유형 3. 저희도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그래도 제대로 된 불합격 통보를 해주는 회사 중 최악이었다.

글에서 느껴지는 묘한 우월감을 품은 듯한 표현과 문체들.


개인적으로 마케터로 일하며 직접 콘텐츠 문안을 쓰고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며 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대해 불편이 없는지 신경 쓰며 여러 번 점검하는 등의 예민함을 갖고 있는데 이 회사의 불합격 통보를 보고 기분이 확 상했다. 당연하게도 회사를 바라보던 긍정적 인식 또한 확 줄어들었고.


우선적으로 말하자면 굳이 불합격 통보를 하는데 '저희도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같은 스스로의 아쉬움에 대한 표현을 할 필요가 있을까?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하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들겠지만, 기업 입장에서 오고 싶어 하는 지원자를 뽑지 못해 아쉽다? 자기들이 뽑지 않기로 했다는 통보를 하고 있는 와중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표현이 아닐까?


불합격 통보를 듣게 된 지원자의 입장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한 것도 아쉬운데 그곳에서 날 뽑지 못해 아쉽다는 것 또한 이해를 해주어야 할까 싶다.

하물며 나 말고 다른 지원자가 가게 되어 해당 공고가 마감된 상태로 바뀌었다면 그 아쉬움에 조금의 공감이라도 되겠지만, 해당 공고는 그대로 올라와 있는 와중에 날 뽑지 못해 회사도 아쉽 다라.

지원자에게 굳이 회사의 감정까지 어필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이 통보안에는 '이해를 부탁드립니다.'라는 표현도 있었다.

'회사가 이렇게 하기로 했으니 넌 이해해 줘'.

비슷한 표현으로 '양해'가 있다.

참고로, 이 표현을 쓴 기업은 국내 커머스 스타트업.


불합격 유형 4. 공고 삭제.

회사 홈페이지를 통한 지원은 아니었고, 채용 플랫폼을 통한 지원이었다.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스타트업 중 한 곳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던 곳이었는데 마침 마케터 포지션에 공고를 발견하고 지원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가타부타 말이 없길래 어떻게 됐지 하고 찾아보니 그냥 공고 자체가 없어져 있었다.

회사 홈페이지를 통한 채용을 진행하지 않고 채용 플랫폼을 통한 채용만 진행하는 회사였는데 지원하고 났더니 공고 자체가 그냥 없어졌다.


담당자도 사람이기에 이전에 올려둔 공고를 미처 삭제하지 못했다가 그 공고를 통해 지원이 오니 뒤늦게 삭제한 걸 수 있지만, 해당 지원자에게 아무 설명도 없을 필요가 있을까?

적어도 합격/불합격의 통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말한 대로 이미 마감된 공고였다는 설명이라도 하던지.

참고로, 이런 프로세스를 가진 곳은 국내 영상 SNS 플랫폼 스타트업이었다.



이렇게 직접 겪어보고 있는 불합격 통보에 몇 가지 유형들이 있는데

이 통보를 통해서도 해당 기업에 대한 이미지들이 변화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지원자도 고객 중 하나이고, 심지어는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까지 느끼는 고객 중 하나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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